무화과꽃차 한 잔 속에 스며든 유년의 기억
미스터 셰프 보온 주전자를 샀다. 무화과 꽃차를 우리려는 용도다. 신기하게도 어디에 우려 마시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프렌치프레스나 티포트보다 진공 보온병에서 우리는 것이 훨씬 깊고 그윽하다. 수증기를 용기 안에 가둬 우리니 향과 맛이 더욱 진해지는 듯하다.
락앤락 보온병이 더 좋긴 하지만 야외용이라 실내에서 간편하게 사용하려고 미스터 셰프 2리터 보온 주전자를 샀다. 그런데 욕심이 과했는지 너무 크고 무겁다. 1.5리터짜리를 샀다면 딱 좋았을 것 같다.
보온병에서 무화과 꽃차를 따르는 순간 달큼한 향이 퍼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한 모금씩 음미할 때마다 정신이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참으로 기묘한 차다.
어릴 적 시골 부엌에서 조청을 졸일 때 맡았던 맛과 향이 떠오른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었지만, 조청을 졸이던 날만큼은 풍요롭고 여유로운 느낌이 가득했다. 평소에는 부족함 속에 살더라도, 설날을 준비하며 조청을 끓일 때만큼은 넉넉한 기분이 들었던 그 순간들이 무화과 꽃차 한 잔 속에서 되살아난다.
무화과 꽃차를 곁에 두고 일하는 날은 나에게 여유와 추억을 선물하는 힐링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