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의 무관용 과태료, 적극행정인가 과잉행정인가

by 배훈천

과태료가 나왔다.

금액도 300만 원에 이른다.

광주공항 국제선 부활운동을 시작하면서 여론을 만들기 위해 길거리에 내건 현수막 때문이다.


단체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이 돈과 사람이다.

그래서 가급적 돈이 들지 않는 활동에 치중한다.

이슈마다 보도자료를 쓰고 언론 기고문을 작성해 배포하고

언론사 인터뷰 요청이 오면 만사 제쳐놓고 응하며

기회 닿는 대로 시의원들에게 정책토론회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우리의 목소리는 늘 묻혀버리고 만다.

방송뉴스에 나오는 게 제일 효과가 좋지만

이슈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10초짜리 한두 번도 정말 힘들다.

길거리 현수막은 제대로 걸려있기만 하면 효과가 제일 좋다.

그런데 문제는 현수막을 제작해서 거는 데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걸자마자 뜯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시민단체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처럼 게시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주공항 국제선 부활운동을 시작하면서

작년 추석 때 길거리 현수막 100장을 광주시내 전역에 걸었다.

240만 원이 들었다. 굉장히 싸게 한 편이다.

청년 회원들이 1만 원씩 입금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장년 회원 몇 분이 10만 원씩 입금해 주면서 비용이 마련되었다.

자칫 하루 이틀 만에 뜯기면 돈만 버리게 되지만

이렇게라도 광주공항 국제선 부활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내용이 공공성을 띠고 있고 정당 현수막 설치규정에 준해서 걸었으니

자치구에서 게시기간을 인정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었다.


기대와 다리 대부분 게시하자마자 불법현수막으로 취급되어 뜯겨 나갔다.

그나마 몇 군데는 일주일 이상 걸려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특히 남구청 관계자는 시민단체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알려주면서

이번에는 인정하지만 다음부터는 주의하라고 전화를 해 주어 고마움을 느꼈다.


해가 바뀌고 현수막을 걸었던 기억마저 희미해졌는데

지난달 말 갑자기 광산구청으로부터 과태료 부과 고지서가 날아왔다.

사전에 현수막 게시 사실을 확인하거나

의견을 듣는 그 어떤 연락도 없는 상태에서

고액의 과태료가 찍힌 고지서를 받고 보니 너무도 황망했다.

주정차 위반처럼 적발 즉시 부과하지 않고

분기별로 몇 달 치를 모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 같았다.

실무적으로는 편할지 모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강도를 당하는 기분이다.


과태료 고지서에 광고물의 분류를 ‘정치인’이라고 해 놓았길래,

아하, 광산구청이 여야를 떠나 난립한 정당 현수막을 잘 정비해서 칭찬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아,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공익적 의견 표명이라는 점만 잘 소명하면 과태료 부과가 취소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담당 공무원은 정치인으로 분류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하면서도 과태료 부과 결정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민선 1기 고재유 광산구청장 시절이다.

나는 당시 1층에 농협이 있는 건물에 세 들어 있었다.

농협 주변 1층 도로는 늘 주차장처럼 쓰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주정차 위반 딱지가 붙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발달한 시절도 아니고 관공서에 전화 통화가 쉬운 시절도 아니어서

고재유 구청장 앞으로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관행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차를 대던 곳을 단속하려면 사전 안내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지

민선 구청장이 벌금 걷는 데 혈안이나 된 것처럼 느닷없이 단속부터 해야겠냐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그러자 광산구청으로부터 과태료부과를 취소한다는 공문이 왔다.


지금은 그만뒀지만 담양 한재골에 카페가 있었다.

주말이면 한재골은 주차 전쟁이었다.

우리 카페는 건너편에 주차장을 마련했다.

그곳이 우리 카페 주차장임을 알리기 위해 주차장 입구에 안내판을 설치했더니

담양군청으로부터 철거하라는 통지가 왔다.

주차장 안내판을 철거하면 주차 표시를 어떻게 하느냐, 사유지에 설치하는 것도 문제냐, 합법화해달라고 담당 공무원과 다투며 버텼더니 고액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됐다.


담양군수님이 관광도시 담양을 만들기 위해서 예쁜 간판 지원사업도 하고 특별단속을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규정을 어긴 것은 예외 없이 철거해야 한단다. 한재골 모든 업소가 단속대상이 되었다고도 했다. 벌금이 무서워 철거하겠다고 했더니, 철거 후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부과된 강제이행금을 취소해 준다고 했다.


광산구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 취소와 담양군의 불법 광고물 강제이행금 부과 취소 사례를 직접 겪어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 현수막 과태료 또한 전후 사정을 고려해서 취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의견제출서를 작성하고, 담당 공무원과 통화하고 구청장 면담까지 했다.

그런데도 취소는 불가능하단다.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지역과 시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가 단체 일을 보느라 자리를 비울 때마다

내 대신 군소리 없이 가게 일을 맡아주던 아내 앞에 면목이 없다.

자기 돈과 시간을 써 가며 오지랖을 부리더니

이제는 수백만 원의 과태료까지 내야 하느냐는 원망을 들을 처지다.


불법을 저지른 주제에

법의 기강을 세운 관의 행정에 대드는 것은 아닌지 수없이 되돌아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어쩌면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축시키는 처분처럼 느껴진다.


박병규광산구청장님께 묻습니다.


1. 공익적 시민 의견 현수막을 상업 광고나 정치인 홍보 목적의 현수막과 동일한 기준으로 제재하는 것이 과연 ‘실질적 형평’에 부합한다고 보십니까?


2. 4개월 전 게시되었다가 하루 이틀 만에 철거가 완료된 현수막에 대해, 사전 안내나 충분한 의견 청취 절차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정이라고 판단하십니까?


3. 옥외광고물관리법상 과태료 부과는 재량 판단의 요소가 작용하는 영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초 위반이고 공익 목적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도 계도보다 처벌을 우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4. 적극행정의 취지가 재량을 책임 있게 행사하는 데 있다면, 과태료 부과에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감경이나 유예, 취소에는 재량을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방식은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 비영리 민간단체의 활동과 시민 참여를 존중하고 장려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에서 계도보다 처벌을 우선한 이번 조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박병규광산구청장님께서는 위의 질문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보다 진보한 행정으로 나아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http://www.gstandard.net/news/articleView.html?idxno=2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