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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필요해

당신에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나요?

by 슬기로운유니

남학생:

아저씨, 저 태권도 다니는 학원에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장난쳐주고 하는 건 좋은데 팔을 세게 잡아 당겨서 아플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형이 군대를 가서 좋아요. 저한테 심한 장난 치는 사람은 인제 없어요.


문방구 아저씨:

그런일이 있었구나. 장난쳐주고 하는 건 너랑 같이 놀아주려고 하는 걸 수도 있는데 팔을 잡아 당기거나 하는건 형이 조심하지 못했구나. 그런 행동은 형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인데 넉아 속상했겠다.


제작진:

그런데 부모님한테는 이야기 했나요?


남학생:

아니요. 엄마한테 이야기 하면 학원 쫒아 온다고 하실까봐 말을 않했어요.








어제 가족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어요.


전주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40대 사장님,


80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문방구를 찾아오는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불러 주더군요.


처음에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사장님도 그러시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마주하는 사장님의 모습을 계속 보면서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지 않는다면 저렇게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설령 먹고 살기 위해 업을 따르는 것 일지라도 아이들에 대한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릴 적 나에게도 키다리아저씨가 있었을까? 하고 기억을 되돌려 보았어요.


그런데 없더군요.


저는 늘 고민을 스스로 해결 하는 편이었고 그런 점이 ;가끔은 너무 힘이 들때도 있었다'는 기억만 떠오르네요.


어릴적 아버지는 조금 무뚝뚝 하긴 하셨지만, 부모님 두분 다 따뜻한 분들이셨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고민을 한번도 부모님에게 터 놓고 이야기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슨 이유에서 인지 어른이 되어서도(지금도) 여전히 고민은 이야기 하지 않아요. 부모님께 걱정을 끼처 드리기 싫어서 일까요? 아니면 고민을 이야기 해도 해결되지 않을 꺼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요? 아마도 둘다 인 거 같아요.


이와 똑같은 생각을 저는 어릴때부터 했던거 같아요.


지금도 습관이 되어 저는 고민을 남에게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끔은 나의 고민을 말없이 들어주고, 진심으로 공감해주며 필요할땐 조언을 해주는 단 한 사람 이 있다면 내 삶이 훨씬 윤택해 지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에게 친정아버지는 그런 존재는 아니었어요. 지병이 있으셨기 때문에 건강히 계시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내가 먼저 어느 누군가에게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되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려면 저 또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겠지요.



마찬가지로, 부모인 우리가 자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역할의 한계를 어느정도 인정한다면


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공감해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키다리 아저씨가 아이 인생에 한번이라도 존재한다면, 아이는 훨씬 긍정적인 경험과 가치를 마주하게 될테지요.


누군가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주는건 어떨까요?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내가 쓰임이 될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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