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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40대 부부에게 사랑이란...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by 슬기로운유니

나 : 안아줘~!

남편: 어? 머라고?

나 : 왜 싫어? 안아달라고!

남편: 어? 응...그...그래



하루일과가 다 끝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첬다.


평소대로 라면 아이들 방으로 가장 먼저 향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품에 안는다.


하지만 이날은 남편이 누워있는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남편에게 느닷없이 쏘아붙였다. 안아달라고.


남편도 제법 놀란듯 연신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런 표정을 짖는게 싫어서 안아 달라고 한번 더 크게 말했다.


이건 거의 협박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남편도 싫치많은 않은 듯 했다.


어색하게 일렁이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남편은 나를 안아 주었다.


약 5초간의 포옹, 불편한 듯 미묘하게 흐르는 설렘이 느껴진다.


남편과의 포옹이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니, 우린 도대체 얼마나 무뎌져서 살고 있었던 건가!






주말 부부가 된지 8개월 째, 주말에만 보는 남편이 요즘은 기다려 지기도 한다.


평일에 아이들과 아웅다웅 지내다 보면 일주일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위해 장을 봐서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한다.


예전같으면 남편을 위해 밥하는 시간이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귀찮아도 애써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남편: 혼자 숙소에서 밥해 먹으려니 꾀나 힘들더라.

나 : 밥하는게 쉬운게 아니야.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남편: 그러니까, 잘 먹을께.


"당신이 해준 밥이 먹고싶었어. 당신이 최고야" 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법도 했지만, 여간해선 잘 표현하지 않는 남편의 성격을 안다.


혼자서 밥을 해먹으려니 힘들다고 돌려 말하긴 했지만, 내가 해준 밥상을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같으면 매일 저녁 2번을 차려내야 하는 밥상노동이 힘들어서 남편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릴땐 밥하는 시간마저도 순탄치 않았으니까 말이다.



나 : 아니, 나 혼자만 이렇게 바빠? 좀 와서 도와주면 않돼? 아니면, 애들이 나한테 못 오게 애들이라도 잘 좀 보던지!

남편: 애들이 내 말은 잘 않듣잖아! 그리고 부엌에서 도와주면 못한다고 잔소리 하니까 않 도와주는거지!

나 : 얼마나 아빠가 재미없고 싫으면 애들이 나한테만 오려고 하겠어! 당신이 그럼 밥을 하던지!

남편: 치사하서 않먹는다! 않먹어!



과거엔 엄마 껌딱지 였던 아이들 때문에 밥하는 시간마저도 쉽지 않았다.


칼을 들고 재료를 손질하고 있는데 아이가 내 옷깃을 잡아 끌어 당기는 바람에 칼이 바닥에 떨어져 위험할 뻔한 적 도 있었다.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고 돌아왔을 남편도 집에서는 쉬고 싶었을 거다.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종일 아이들 돌봄 과 집안일에 지처 오후가 되면 몸이 그야말로 녹초 상태였다.


무겁고 피곤한 몸으로 밥을 2번이나 차려내야 한다는게 때로는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시간이 늘었났다.


여전히 아이들 돌봄이 쉽진 않다. 하지만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오롯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갖는다.


저녁 밥상도 1번의 밥상차림으로 통일화 했다.


그리고 남편과 주말부부가 된 이후로 점 점 사이가 좋아졌다.


평소에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못했던 표현들을 조금씩 남편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애교도 없고 성격도 유들유들 하지 않는 내가 말이다.


연예시절 남편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회상해 보면, 그땐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았던 때가 있었다.


결혼을 하고 각자 나름대로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면서 우린 참 많이도 뽀족해졌다.


한편으론 닳을 만큼 닳아서 무뎌 지기도 했다.






요즘 자주 즐겨보는 '폭삭 속았수다' 대사가 떠오른다.


"살민 살아진다!"


앞으로 반 평생을 더 이 남자와 살아야 하는데, 그 시간안에 다시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아니, 그런 기회가 자주 오길 바란다.


40대 부부, 남편과의 적당한 거리 유지가 부부사이를 회복 시켰다.

(물론 아이들이 크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주 봤던 날과 지금을 비교할때 싸우는 횟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줄었다)


살면서 겪어보니 한 가족이라도, 내 자식이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며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이루는 방법이라면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따라 유독 아내가 짜증을 부린다면, 오늘따라 유독 남편이 기운이 없고 처져 있다면, 각자만의 시간을 허용해 주는 건 어떨까?


쉽진 않겠지만 의도적으로라도 각사의 가시를 잘 뽑아내고 돌아올 시간과 공간을 허용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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