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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불효녀 입니다.

40대, 자녀돌봄과 부모돌봄이 중복되는 시기

by 슬기로운유니

결혼 후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친정엄마는 아픈아빠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이 되셨다.

재산이라고는 숟가락 뿐인 가정에서 병으로 쓰러져 누워버린 남편을 수발하셨다.


그리고 어린 3남매를 돌보셔야 했다.


그 때 당시 엄마의 나이는 20대 후반에 불과했다.

한참 어여쁘실 나이였다.


엄마의 세상은 살벌하리만큼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들을 해결 해야했다.


그렇케 한평생을 가정에 희생하고 일만하셨다.


그리고, 올해 칠순이 되셨다.


살아온 동안 일만 하신 엄마의 몸은 어디 한군데 성한데가 없으시다.


겉으로 보기엔 70대라고 밑기지 않을만큼 정정하고 여전히 아름다우시긴 하다.


그런데 최근 허리디스크와 관절염으로 고통을 종종 호소 하셨다.


허리디스크는 수술과 재활운동으로 지금은 안정을 찾으셨다.


그런데 문제는 손가락 관절염 이었다.


지방에서 왠만큼 한다는 병원은 다 가보셨지만 소용이 없으셨다.


딸로서 엄마가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안쓰럽고 걱정 되었다.


수소문 끝에 서울에서 손가락관련 질환으로 유명하신 원장님을 찾아 엄마를 모시고 병원을 방문했다.


다행히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찾은 병원에서 치료효과를 보셨다.


그 후, 엄마는 종종 서울에서 가까운 딸의 집으로 와서 병원치료를 받게되셨다.


이번에도 예상보다 길어진 치료로 인해 약3주 정도 딸의 집에서 거주하고 계신다.


사실 나는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심리적으로 지칠대로 지친상태이다.


최근에는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에 에너지가 기울기 시작하기도 했었다.


오전에 아이들을 보내고 3시간 정도 남는 여유 시간에 공부를 하기도 하고, 정보를 찾아보는 루틴을 진행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엄마의 병원동행 으로 인해 그마저 남는 시간도 모두 가족들에게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오늘까지 약 10일간 엄마의 병원동행을 진행 중이다.


가장밀리는 성수대교와 강남대교를 뚫고 30분이면 닿을거리를 편도1시간 왕복2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병원치료시간 까지 합치면 하루4시간을 엄마의 치료에 시간을 쏫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를 동시에 돌보다 보니 온전한 나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가 않다


'하, 엄마는 하필 손가락이 아프셔서 ...'


엄마가 서운해 하실까봐 힘들고 피곤하다고 표현은 하고있지 않다.


하지만 속마음으로 몇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옹졸한 나의 작은 그릇이 한심했다.


지금까지 살아계셔서 딸의집에도 오실 수 있는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비록 여기저기 아프신곳은 많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운인지,


그렇다.


모든걸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그뿐이었다.


늘 친정엄마와 떨어져 지냈던 나는 이런 시간마저도 귀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마음속이었지만, 옹졸한 마음을 먹었던 불효녀 딸이 된것 같다.


엄마, 오래오래 저희 곁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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