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디 + 공무원 = 교사?!

두콩샘의 우당탕탕 교실일기_2

나는 MBTI가 ESFJ이다.


성향이 외교관이자 중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MBTI가 나왔을 때는 열광했다.

내가 아는 모든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싶은데 저절로 평가하는 마음이 일어서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는데 MBTI가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탕후루, 마라탕, 두바이 초콜렛 등 큰 인기를 일었던 것들은 백사장에서 거품으로 스라지는 것처럼 인기가 줄어들었는데 MBTI는 다른 것 같다.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이름과 학교 다음으로 물어보는 것이 보통 MBTI이 인 것 같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사람들간의 접촉이 줄어들었던 때 우리는 인간관계를 되돌아보았던 것 같다. 선생님들은 유행에 민감한 인플루언서와 같다. 이런 트랜디한 것들을 바로 수업에 녹여 아이들의 흥미와 학습목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의 수업에 녹이거나 나를 자기소개 할 때 많이 사용했었다. 아이들이 한 반에 15명이더라도 '어린이'라는 말, '학생'이라는 역할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난번 15명 MBTI 검사를 해보았는데 10가지 유형으로 분리가 됬으니 정말 다양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지도할 때 전체수업을 제외하고 개별지도와 생활지도에서는 물렁한 핸들을 잡는 것 같다. 방향도 잡아야하는데 핸들조차 물렁거려서 손에 쥐어야하는 힘을 조절하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다치기도, 아이가 상처받기도, 방향 미숙으로 인해 주변 아이가 다치기도 하는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는 그런데 요즘은 MBTI가 유행한지 시간이 지나다보니 내 MBTI가 찰떡같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MBTI의 변형인가 싶기도 하다. ESFJ치고는 외향적인 경향은 있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주눅들곤 하고, F치고는 일처리를 이성적으로 처리해내기도 하기 떄문이다. 그리고 J이지만 여행계획을 시간단위로 짠 적은 없고 하루 계획을 지켜본 날이 손에 꼽는다.


다시 알아보니 내가 MBTI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세상을 o/X로 보던 내가 16등분으로 사람을 나누었더니 편견이 없어졌다고 착각했는데, 그건 그냥 생각의 울타리가 조금 더 커진 것 뿐이었던 것이다. 같은 ESFJ더라도 그 안에서의 비율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지만 지키지는 않는다. 계획표를 물리적으로 짜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시간표를 넣어두고 다닌다. 그래서 다시 알아보니 J는 Judgement의 약자로 통제적인 성향이 있느냐의 정도라고 한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해야할 일을 한번에 끝내지 않는다. 수업 준비를 4과목 해야한다면 국어를 쭉 하고 수학을 하지 않는다. 국어하다가, 수학 준비하고, 사회 건드렸다가 다시 국어로 돌아온다. 5학년 실과의 생명시스템 투입-과정-산출-되먹임의 사이클이 합쳐져서 돌아가기 떄문이다. 하나씩 차례로 하면 좋을텐데 시작하는 것은 쉬운데 마무리하는 것이 오래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른사람의 확인과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직 내가 보기에도 미완성이고 부족한 글이지만 완성해내는 것, 이것 또한 역시 내가 매일 아이들에게 지도했던 내용이었다. "얘들아 충분해~ 망했다고 생각하지마 너의들의 시간이 잔뜩 담긴 과정도 오늘의 결과야!"


따뜻한 말은 왜 밖을 향하고 안을 향하지 못할까? 글을 쓰면 함께 공유한다는 생각에 다듬고 다듬다 보니 막상 결과물이 없는 것이 항상 딜레마였다. 부끄럽지만 70%씩이라도 완성하고 30%는 중간본에서 조금씩 올려간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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