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80여년, 통일의 필요성을 외치다
요즘은 나와의 약속을 위해 학교에 요즘 여유를 가지고 오고 있다.
사실 30분 딱 맞춰서 오면 밀린 쪽지더미와 채팅창, 조금 어수선한 교실을 들어가면 아침부터 꼬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불꺼진 교실에 들어가 불을 켜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 아이들과도 차분한 마음으로 보내야겠다 하는 가벼운 커피타임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마쳐도 전체 에너지의 30%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여느때와 같이 일찍 출근을 하여 수업할 부분을 눈으로 훑어보고 실물화상기를 켜두고 있었는데 메신저가 주황불을 반짝였다.
"이번주는 통일주간입니다. 이번주 내 2시간 통일 수업 적의한 시간에 해주시면 됩니다"
첨부파일: 저학년용 ppt, 고학년용 ppt, 통일교육 활동지
범교과 학습내용은 어떻게 수업내용을 녹여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신규교사로 와도 같은 고민이 이어졌다. 임용 공부할 때 열심히 외웠던 2022 개정 교육과정는 범교과학습을 총론에 정해두고 있는데 그 중에서는 통일교육이 있다. 이런 범교과 학습을 창체시간에 운영할 수도 있지만 교과와 최대한 연결하여 아이들의 삶과 연결짓는 수업을 좋아하는 나는 4학년 도덕 성취기준 및 내용체계표, 교과서를 살펴보았다. 역시 4학년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통일에 대해서 사회, 공동체와의 관계라는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 [4도 03-03] 통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통일 감수성을 길러 바람직한 통일의 방향을 모색한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바탕으로 수업을 구성하는데, 무엇보다 본질적인 질문이 들었다.
'통일을 해야할까?'
어느새 광복과 함께 분단이 된지 올해로 80년째가 되었다.
처음 통일교육을 했을 때는 내가 받았던 교육처럼 말했다.
"통일은 당연한거야! 우리는 원래 한민족이었잖아~"
"통일을 하면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고, 열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있어"
"통일을 하는게 통일을 안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야~"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부터도 '통일을 꼭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곰곰히 생각한 결과 분단과 휴전상황이 나의 현재 삶과 너무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었다.
너무 오랜 분단기간으로 인해 정치, 경제, 생황양식 등이 달라져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와 같이 느껴진다.또한 경제적인 이득(기차타고 유럽여행, 금강산 관광.북한의 자원)은 경험해 본 적이 없기도 하고 안해도 그만이다, 다른 것으로 충분히 대체된다. 라고 생각을 해왔기 떄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통일 관련 역사공부를 하면서 왜 우리가 통일을 정말 해야하는 걸까? 라는 고민에
스스로 연구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방법대로 아이들의 삶에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통일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5년 광복 직후 소련과 미군의 신탁통치가 이루어지면서 분단이 되고 남한과 북한에 각각 정부가 수립되면서 이념적 갈등이 극심해졌다. 그 후 1950년 6월 25일 기습적인 남침에 의해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에서야 휴전협정으로 끝이 나게 되었다. 전쟁 직후 수많은 이산가족과 전쟁고아, 경제적 피해, 지리적 피해 등 이를 수습하는 기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평화 제스쳐가 있을 때 이루어진 이산가족은 전국 공중파 티비를 통해 전파되었고 전쟁의 아픔이 남아있던 국민들에게 '당연스럽게' 통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원래'. '현상유지'된 상태가 바로 통일된 한반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단 80년 이후 2025년의 한반도는
'원래', '현상유지'된 상태가 분단된 한반도의 모습, 즉 남한=대한민국, 북한=조선인민주의공화국이기 떄문이다.
이를 생각해보니 원래 둥글던 접시 형태대로 사용하면 그것이 원래의 모양이지만, 조금 금이 가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원래 모양이 되어 금새 익숙해지고 그것에 맞는 사용을 하게 된다.
최근 읽은 'nudge'라는 책에서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여러 편향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현상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현상유지 편향이란 현재의 상황, 환경, 상태등이 변화하는 것을 유지하는 편향이다. 틍일 수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수업자료를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통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경제적 이로움, 이산가족의 문제, 관광의 가능 등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이로움은 거시적 경제이기때문에, 지금도 충분히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있는 아이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았다. 또한 남북한 관계가 어려워지고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산가족에 대해서 최근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통일', 즉 분단상황에 대한 어려움에 대한 직접 경험함으로써 '통일'의 필요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수업 전 아이들과 '통일해야할까?" 라는 질문을 도입질문으로 던졌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통일 해야한다 5명/ 통일 하지 않아야한다. 15명/ 상관없다 2명이 나왔다.
현상 유지 편향에 의거하여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이유가 나왔다. 통일을 하면 북한이 배신할 수도 있다, 남한이 경제적인 도움을 많이 주어야 한다. 정치적인 일치(대통령은 누가 해야하나)등의 합의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 등의 근거가 나왔다. 통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오히려 근거를 말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바로 분단 놀이로 넘어갔다.
3분단으로 나뉘어져있던 교실을 반으로 나누고 2분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서한, 동한으로 이름을 붙였다. 서한과 동한은 서로 이야기나눌 수 없으며 휴전선 사이의 공간에는 DMZ 비무장지대를 설정하여 다니지 못하도록 하였다. 서한은 뒷문으로 다녀야하고 동한은 앞문으로만 다녀야 했다.
분단놀이를 처음에 하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놀이의 특성상 아이들이 당장 심각성이나 어려움을 경험하지 못할것을 감안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다렸다. 그리고 종이비행기에 서로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써서 종이비행기로 날리도록 했다.
"어차피 싸워도 우리가 이겨' ,'너네는 못살잖아!' 등의 교육적 수준의 부정적인 말을 서로 주고받고 1차로 소감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기분이 나빠요, 누가썼는지 모르지만 짜증나요, 갑자기 적이 된 것 같아요 라는 말을 이야기했다.
서로 분단상황에 나눌 수 없는 대화상황, 그리고 부정적인 종이비행기로 인해 서로 불편함이 쌓였다. 가장 친한 친구와 한마디도 못하는 것, 바로 뒷문으로 가면 되는데 빙 돌아서 앞문으로 다녀야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조금씩 불만을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이제 분단놀이 그만해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점심먹으러 가기 전 아이들에게 분단 놀이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아이들은 "편한 길로 못다녀서 불편해요", "물마시러 바로 못나가고 돌아가는게 싫어요", "친한 친구랑 하루종일 못놀아서 슬퍼요", "보드게임 하는 곳에 못가서 오늘 보드게임을 못했어요" 등 아이들은 통일해야하는 이유를 스스로 아이들의 언어로 이야기해주었다.
"편한 길로 못다녀서 불편해요", "물마시러 못나가고 돌아가는게 싫어요" - 사실상 섬 상황인 한국의 특성
"친한 친구랑 하루종일 못놀아서 슬퍼요" - 이산가족 문제
"보드게임 하는 곳에 못가서 오늘 보드게임을 못했어요" - 자원활용의 손해
등 아이들과 통일을 해야하는 이유를 되짚었다. 사실 교과서 제시문을 쭉 읽고 활동지로 배우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보니 아이들은 통일을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수업때는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도 의무적으로 쉬는시간마다 세워두거나, 수업을 마친 뒤 통일에 대한 인식변화를 한번더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놀이수업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결국 아이들의 경험과 생각에서 충분히 초등교육과정의 목표를 끌어낼 수 있구나. 이런 상황과 적절한 발문을 하는 코치의 역량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수업이었다. 물론 어수선하고 진지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본능이려니 하니 화가 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통일의 필요성, 단순히 당연하다고 넘기지 말고 도덕 수업에서는 상황을 주고 아이들의 체험중심, 놀이중심, 행동중심 수업으로 구성해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