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쳐! '러키비키~ 오히려 좋아!'

두콩쌤과 뀨들의 수업일기


"으-악!?! 야아ㅏㅏㅏ~~~~이거 어떻게 닦으라고오~~"

"아 더러워 제대로 하라고오~"


여러 하모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또 누가 급식을 흘렸군 하는 익숙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B가 실수로 A를 살짝 밀쳐 A의 잔반이 흘러 바닥을 덮었다.

우리학교는 4학년만 교실급식을 하는데 난 참 좋다. 급식 지도도 한눈에 잘 보이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기 때문에 점심을 먹는게 보다 더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교실의 급식냄새와 잔반 문제로 종종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아직 4학년 아이들은 교사와 동기화가 많이 되기 때문에 당장은 본성대로 서로를 비난하거나 이르지만

내가 평온하고 아무렇지 않게 '닦으면 되지~, 마침 바닥 한번 닦았어야 하는데 잘됬네!' 하며 웃는 내 표정을 보면 금새 주변 친구들끼리 와서 닦기 시작한다. 이런 예쁜 모습을 보며 초등교사하길 참 잘했다 싶을 때가 많다. 마음놓고 마음껏 실수하고 갈등만들고 화해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배우라고 튼튼하게 만든 학교가 아닌가. 그래서 나도 아이들의 기본값이 (어른들의 기준으로)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화나거나 짜증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런 '오히려 좋아' 마음을 장착하고 난 뒤로는 상황이나 타인에 의해 휘둘리게 두지 않고 중심을 잡고 나갈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어제 교육기사를 보다가 초등학생 우울감 지수가 0.51점에서 0.73점으로 높아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과도한 사교육, SNS, 밀레니얼 학부모의 양육태도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지나친 정서적 보호가 정서적 면역 수준을 약화시켰다는 관점이다. 최근 베스트셀러였던 [불안세대]를 읽으며 SNS 익숙한 알파 및 z세대의 정서적 불안 및 사회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는 가정뿐 아니라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담아두었기 때문에 교실 현장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까지도 고민해보았다. [AI. Chat GPT사용방법] 등의 주제와 [불안세대, 무기력 디톡스, 저속노화] 와 같은 주제가 함께 트랜드로 떠오르는 것은 AI와 같은 기술적 발전은 한없이 앞서가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한 정서적 괴리가 사회적인 큰 흐름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 특별한 마음교육을 시수를 잡아서 하거나 하지는 않고 아이들에게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생활지도를 숨쉬듯 하고 있다.



교실의 바닥에 음식을 흘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흘리면 닦으면 된다! 닦으면 교실바닥이 깨끗해지고 우리가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닦지 않아도 어차피 닦아야하니 정말 잘된 일이다! 라는 생각의 흐름을 많이 이야기해준다. 물론 당장 이 생각을 아이들이 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에게 적절한 강화와 반복된 이야기는 하나, 둘의 마음을 바꾸고 그 말을 바꾼다. 교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바뀌면 아이들의 단단한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20분 쯤 뒤 바닥을 닦은 뒤 우당탕탕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보드게임을 하다가 아이들이 악기와 미술 수채와 세트를 떨어뜨렸다. 선반이 왜인지 떨어지고 말았다. 큰 소리가 났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아~ 하면서 짜증을 냈지만 나는 얼굴하나 바뀌지 않고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오호~ 또 러키비키 오히려 좋아 마음을 가르칠 기회군!'


수채화 물감이 있는지도 몰랐던 아이들이 많았다. 수채화 수업은 아직 예정하고 있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수채화 물감을 정리하면서 물에 풀어지는 모습을 보고 여러 색깔의 물감을 정리하며 다음 미술수업에는 수채화를 하고싶다는 말을 했다. 와~ 정말 자연스러운 동기유발이었다. 또한 동시에 있는지도 몰랐던 색팽이 만들기 교구가 있었다.




크게 기대 없이 색팽이가 나왔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내 특유의 환한 웃음과 감동어린 눈빛을 보내며

'헉! 이거 있는줄도 몰랐네~ 진짜 재밌는 미술 수업 하면 되겠다! 다음 수업 뭐할지 고민이었는데 우리 머리도 식힐겸 만들기 수업할까?' 라고 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와 쏟기 잘했네~~ 안쏟았으면 그냥 수업했을텐데 이거 팽이 만들어요 선생님!!'라며 기뻐했다.

'좋아! 우리 쏟은 물건들 제자리에 잘 정리해두고 바로 색팽이 한번 만들어보자' 라는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하니 정리를 안했던 아이들도 함께 달라붙어 떨어뜨린 교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색팽이를 그냥 만드는 것도 물론 좋지만 어떻게 수업으로 엮어내야할까, 어떤 배움으로 연결해야할까하고 고민하던 중 딱 머릿 속에 미술 교과서가 스쳤다. '아 맞다! 다음 시간이 바로 단청 수업이지?! 아이들과 우리 나라 전통의 오방색과 국어, 사회시간에 배운 우리 대구 문화재와 연결해서 단청을 한번 더 짚고 만들기하며 색칠해야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말과 생각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나에게도 정말 좋은 수업 아이디어가 온 것이다. 스스로도, 아이들에게도 수업으로 의미있게 연결되는 것을 느끼며 정말 생각한대로 이뤄지는 구나. 미라클의 법칙이 나에게 기적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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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실 바닥에 2번 흘리고, 줍는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되고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바닥이 깨끗해졌고, 앞으로 잔반을 흘리지 않도록 않기 위한 방법도 떠올리고, 배운 내용을 활용한 예쁜 단청색 색팽이도 만들 수 있었다. 이 알록달록 예쁜 단청 색팽이는 쉬는시간에 아이들이 전통놀이 도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돌려보며 미술 색의 혼합을 배우는 교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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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람은 손해다, 염세적인 철학자, MZ 등이 유행하는 요즘 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좋아! 러키비키를 외쳐!'라고 가르친다. 물론 쉽지 않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건 단단한 긍정주의자임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사람에게 긍정의 말과 행동이 결국은 나와 우리아이들의 내면을 지키는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에 오늘도 숨쉬듯 관점 바꾸기를 한다.


억지로가 아닌 정말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서로의 부족함과 실수에 있어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오히려 좋아!" 라는 말이 나올 수있도록 나도 노력해야겠다.


"러키비키! 임시등록된 글이 많아서 오늘은 맘에 드는 글을 금방 여러 개나 올릴 수 있잖아? 임시저장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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