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찰나의 가을 '추샘추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가을 재킷을 꺼내보기도 전에, 경량 패딩에 먼저 손이 가고 말았다. 추석 연휴부터 지겨울 정도로 내리던 가을비가 그치자마자, 찬란한 하늘과 청량한 바람을 만끽할 틈도 없이, 겨울이 성큼 문턱을 넘어온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가을을 너무나 좋아해서, 할 일이 정말 많은데 말이다. 덥다고 미루던 산책도 실컷 해야 하고, '독서의 계절'이니 폼 나게 책도 좀 읽어야 하고, 가을만이 주는 그 헛헛한 쓸쓸함에 흠뻑 젖어도 봐야 하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나의 가을을 돌려달라 해야 할까. 변덕스러운 이상기후 탓을 할까. 아니면, 모든 것을 망가뜨린 인간의 탐욕에 화를 내야 할까. 하지만 그 탐욕스러운 인간의 범주에서 나 자신을 빼낼 수 없으니, 이 모든 게 결국 내 몫인가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돌이켜보면 내가 원했던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푸른 하늘과 청명한 공기, 형형색색으로 물든 풍경, 그리고 산책하기 딱 좋은 온도. 그 완벽한 순간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이제는 정말 '찰나'가 되어버렸다.
봄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를 '꽃샘추위'라고 부르듯, 이 녀석에게도 이름이 필요하다. 짧디 짧은 가을의 평화를 시샘하는 '추샘추위'라고 해야 할까.
아, 아닙니다. 그냥 가을을 너무 사랑하는 한 사람의 투정이었으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