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와 이익 그 사이에서

성수 씨의 만물상점 #13 - 사회적기업

by 김성수

어서 오세요, 성수 씨의 만물상점입니다.


오늘 진열장에서 꺼내볼 물건은, 저의 지난 시간 속에서 가장 열정적이었으며, 동시에 가장 깊은 고민과 의문점을 안겨주었던,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한 이야기 입니다.


혹시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을 들어보셨나요?

사회적기업이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참 이상적인 기업처럼 들리지요? 저 역시, 수년 전 바로 그 사회적 기업의 미션과 방향성을 만드는 일을 했었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작은 의류 공장을 운영하시던 한 대표님과의 만남이었어요.


그분의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비정규직 노동자였죠. 그 현실이 마음에 걸렸던 대표님은, 고령의 기술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아주 '선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답니다.


그의 꿈에, 저의 열정이 더해졌어요.

당시 정부에서도 사회적 기업을 한창 장려하던 시기였고, 저는 제가 가진 지식으로 이 회사의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죠. 그렇게 협동조합 설립부터 시작해서,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1년 반 만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공식적인 인증을 얻어냈답니다.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는 우리의 미션은, 그 어떤 일보다 보람 있고 가치 있었어요.


하지만, 좋은 가치만으로는 거친 시장의 파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저는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껴야 했답니다.


해외 저가 공세에 국내 봉제 산업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어 있었고, 아무리 숙련된 기술자분들이라도 노년의 나이로 감당할 수 있는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정부 지원금도 무한하지 않았죠. 5년이라는 한시적인 지원 안에 자립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었어요.


각종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내고 입찰에 참여하여, 분투했지만, 회사의 성장은 점점 더뎌졌습니다.

저는 그때,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보았고, 일종의 번아웃을 겪게 되었죠.


결국 저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대표님과 오랜 대화 끝에, "성장이 어렵다면,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지속'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마지막 제언을 남기고서요.


그 회사는, 지금도 예전보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답니다. 다행히 기술력을 인정받아 꾸준히 일거리가 이어진다고 해요. 하지만 대표님은 말씀하세요.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큰 의미가 없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었던 그 가치 하나만큼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요.


저는 여전히 그 시절을 생각하면,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에 가슴이 뛴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도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제 마음속에 남아있어요.
'가치'를 지키면서, 동시에 일반 기업과 싸워 이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가치'와 '경쟁력'이 함께 성장하는, 그 이상적인 사회적 경제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저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정답은 없는지도 모르죠.


2024년 말 기준, 3,762개의 인증 사회적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 주위에도 여전히 많은 대표님들이 현장에서 분투하고 계시지요. 꿋꿋하게 자립하여 성장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매년의 어려움을 힘겹게 토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결국, '기업' 이라는 이름이 붙는 한, 업종과 생산성에 따른 '수익성' 이라는 숙명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말해 봅니다. 아무리 숭고한 가치라도,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쟁력이 없다면 실현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다만, 그 답을 찾아나가는 치열한 고민의 과정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을 것이라 믿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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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성공적인 사회적기업 사례>


국내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 재사용 물품 판매 및 기부 문화를 확산하여 환경 보호와 소외계층 지원에 기여합니다.

히즈빈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커피 전문점으로,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사회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위누: 재사용 의류 플랫폼으로, 헌 옷 수거 및 재활용을 통해 환경 보호와 자원 순환에 기여합니다.

빅이슈코리아: 노숙인에게 잡지 판매 일자리를 제공하여 자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딜라이트: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청기를 저렴하게 공급하여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회적기업

그라민은행(방글라데시): 빈곤층에게 소액 대출을 제공하여 자립을 돕는 마이크로크레딧 전문 은행입니다.

탐스슈즈(미국):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제3세계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 포 원(One for One)' 모델로 유명합니다.

아라비카 커피(미국):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여 개발도상국 농부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프라이탁(스위스): 버려진 트럭 방수천, 자전거 튜브 등을 재활용하여 가방을 만드는 친환경 사회적기업입니다.

베어풋 칼리지(인도): 개발도상국 농촌 지역 여성들에게 태양광 기술 등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하여 자립을 돕는 교육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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