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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그림자에 가려진 진실

다수의 평가가 과연 맞을까? 사람은 겪어 봐야 한다.

by 김성수

몇 년 전, 중간조직기관에 근무하며 지역 단체와 협업으로 행사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행사 준비 과정은 전반적으로 순조로웠으나, 정작 문제는 행사 당일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부스 위치 선정에 대한 최종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업무상 착오를 넘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섣부른 판단의 위험성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팀원과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상황에 개입했을 때, 문제의 본질은 상대편 소통 담당자가 그룹 내부에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그리고 우리 팀원이 이를 교차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행사 시작 전이라 충분히 조율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특정 그룹은 불만을 제기하며 그들 내부의 소통 담당자였던 A 씨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A 씨는 일처리가 어설퍼"
"A가 소통한 거라면 그럴 만도 해"
와 같은 말들이 A 씨가 바로 몇 블록 떨어진 부스에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과 없이 터져 나왔다. 이는 문제 해결보다는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이었으며, 당혹감과 민망함을 넘어 그 그룹 전체에 대한 불신을 싹트게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당시 A 씨를 잘 알지 못했던 나 역시 그들의 반복적인 비난을 들으며 A 씨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수의 목소리는 때로 개인의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지닌다. A 씨가 정말 그들의 말처럼 업무에 미숙한 인물인지, 혹은 조직 내 따돌림의 희생양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미 마음 한구석에는 의구심과 함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얼마 후, 다른 모임에서 A 씨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토론 형식의 모임에서 접한 A 씨는 논리 정연한 말솜씨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활동 경험을 가진, 실천하는 활동가의 모습이었다. 말로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활동을 통해 그룹 내에서 좋은 성과도 내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이전에 가졌던 선입견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했다. 행사 당일, 문제 해결보다는 특정인 비난에 몰두했던 그들의 모습과 A 씨의 진면목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 경험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수가 한 명을 대상으로 공개적인 '앞담화'를 하는 행위가 얼마나 부적절하며, 조직 전체의 신뢰를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또한, 한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간접적인 정보나 다수의 의견에 쉽게 좌우될 수 있음을, 그리고 직접적인 소통과 경험을 통해 얻는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A 씨와는 간간이 연락하며 그의 활동을 응원하는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시 비난에 앞장섰던 그룹의 사람들과는 더 이상 소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 일화는 다수의 생각과 평가가 항상 객관적인 진실을 담보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피상적인 정보나 주변의 평가가 아닌, 직접적인 소통과 깊이 있는 관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선입견의 덫에 빠지지 않고 개인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건강한 인간관계와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사람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섣불리 평가의 잣대로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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