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이상의 소통과 관계를 이어가는 인사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언제 밥 한 끼 같이 하자"는 말은 참으로 익숙하고도 다정한 인사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말을 마치 습관처럼, 혹은 정해진 약속처럼 사용하곤 한다. 지인들과 전화 통화 후, 당장 만날 약속을 잡지 않아도 마무리 인사는 어김없이 "다음에 꼭 밥 한 끼 같이 하자"이다.
이 말은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빛깔을 띤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정말 고마워, 내가 다음에 꼭 밥 한 끼 살게"라고 마음을 덧붙인다. 때로는 미안한 감정을 표현할 때도 이 말은 유용하게 쓰인다.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미안해, 내가 조만간 밥 한 끼 대접할게"라며 관계 회복의 의지를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 밥 한 끼 같이 하자'라는 이 짧은 문장 속에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녹여 공유하는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이에 대한 반가움, 도움에 대한 고마움, 실수에 대한 미안함, 어쩌면 무언가를 조심스레 이야기하고 싶을 때의 서두,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관계의 끈을 이어가려는 따뜻한 마음까지 담겨 있다.
특히, 이 '밥 한 끼'에는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가 깊숙이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 '입 식(食)' 자에 '입 구(口)' 자를 쓰는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예로부터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중요한 행위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는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통해 정을 나누고 유대감을 확인하려는 한국 고유의 문화가 녹아든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참 신기한 것은,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 어색했던 사이라고 해도 함께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을 나누고 나면, 어느새 처음의 서먹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옛날의 그 살가운 정감이 스르르 되살아난다는 점이다. 그저 밥 한 끼 같이 했을 뿐인데, 마음의 거리가 훌쩍 가까워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에게 "밥 한 끼 하자"는 말은 "당신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고,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식사 약속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중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정이 넘치는 중요한 사회적 제스처라고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밥 한 끼'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오늘도 지인과 '밥 한 끼' 약속을 잡으며, 새삼 이 말에 담긴 의미를 곱씹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나와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언제든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