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가출

성수 씨의 만물상점 #17

by 김성수

어서 오세요, 성수 씨의 만물상점입니다.


오늘 진열장에서 꺼내볼 물건은, 빛바랜 앨범 가장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저의 조금은 엉뚱하고도 애틋했던 첫 '가출'에 대한 기억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이자 마지막 가출이었답니다.)


30분 만에 막을 내린 저희 남매의 비장했던 가출 소동과, 그 뒤를 조용히 밟으셨던 엄마의 깊은 사랑.
오늘은 그, 뻔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의 첫 가출은, 두 살 터울 남동생과 함께였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거예요. 무엇 때문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저희 남매는 아주 심하게 다퉜던 것 같아요. 몸싸움까지 벌어졌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날, 저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회초리를 맞았습니다. 평소에는 매 한번 들지 않으셨던 부모님이셨기에, 그날의 충격은 더 컸지요. 하지만 회초리보다 더 아팠던 건, 엄마의 단호한 그 한마디였습니다.


"너희들, 이렇게 싸울 거면 둘 다 나가!"


'나가라'는 그 말이, 어린 제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어요. 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가방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음이 나요. 집을 나가는 그 비장한 순간에, 어린 소녀는 공책과 연필, 그리고 교과서를 챙겼으니까요. 엄마는 그런 저희의 행동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고만 계셨습니다. (아마 속으로는 엄청 어이가 없으셨겠죠?)


그렇게 저와 남동생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섰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뒤라, 골목은 벌써 제법 어두워져 있었죠.

"누나, 우리 이제 어디로 가?"
"몰라..."


저희는 눈물범벅이 된 채, 서로를 잃어버릴까 두려워 손을 꼭 쥐고 동네를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걷다 미련이 남아 뒤를 돌아본 순간,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저만치 떨어진 전봇대 뒤에,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몸을 숨긴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요. 엄마였죠.


어린 마음에도 당장 엄마에게 달려갈 수는 없었어요. 왠지 모를 비장함에 사로잡힌 저는, '소녀 가장'이라도 된 듯, 알면서도 모른 척 앞만 보고 동생의 손을 이끌었답니다.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큰 길가 벤치에 나란히 앉은 뒤에야, 저희 둘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누나, 내가 미안해."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누나... 근데 우리 집 나가면, 엄마 아빠 이제 못 보는 거야?"
"못 보겠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저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엉엉엉... 집에 가고 싶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그렇게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는데, 어디선가 엄마가 후다닥, 달려오셨어요.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눈물범벅이 된 저희 둘을 꼭 안아주셨답니다.


그렇게, 저의 위대하고도 비장했던 첫 가출은, 30분을 채 넘기지 못한 채 싱겁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저희 남매는 꽤 사이좋은 남매가 되었답니다.


가끔 그날을 떠올립니다.

엄마의 "나가!"라는 그 무서운 한마디는, 어쩌면 "너희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이니, 제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렴"이라는, 엄마의 가장 간절한 사랑이 담긴 당부이지 아니었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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