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료의 전화를 받다

성수 씨의 만물상점 #16

by 김성수

어서 오세요, 성수 씨의 만물상점입니다.


오늘 진열장에서 꺼내볼 물건은, 낡은 전화기 모양의 오르골이랍니다. 이 오르골을 돌리면, 얼마 전 제게 걸려왔던, 아주 반가운 목소리 하나가 재생되거든요.


시절인연이라고 하지요.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인연 속에서도, 같은 시간을 좋은 기억으로 함께 보내고, 세월이 흘러도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그런 귀한 인연.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바로 그런 인연에 대한 것이랍니다.


드르륵, 드르륵.
가방 안에서 요란한 진동이 울렸어요. 휴대폰 화면에 뜬 건, 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옛 동료의 이름이었습니다. 연락한 지 1년 만이었을까요?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왠지 모를 어색함에 잠시 망설였지요.


마음을 가다듬고, 일부러 목소리를 한 톤 높여 전화를 받았습니다.
"와우! A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어쩐 일이세요?"
다행히, 수화기 너머에서도 반가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팀장님, 잘 지내셨죠?"

그녀는 저를 예전 직함으로 불렀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반가운 통화는 시작되었지요.


A 선생님, 그녀는 제가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였답니다.
경력 단절 주부로 저희 팀에 계약직으로 들어왔었죠. 경험이 많지 않아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누구보다 성실했고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예전의 제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마음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2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 그녀가 회사를 떠날 땐, 참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동안, 어색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근황을 털어놓았어요. 얼마 전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했는데, 소위 'MZ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친구들과 일하는 게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었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남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해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조언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이어진 대화의 끝에서, 그녀는 제게 잊을 수 없는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팀장님, 퇴사하고 다른 곳에서 일하면서 확실히 느꼈어요. 그때 팀장님한테 정말 많이 배워서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요. 서툴렀지만 열심히 배우려 했던 그녀의 반짝이던 눈빛,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했던, 조금은 젊었던 저의 모습.


그런 연락이, 싫지 않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방전되었던 제 마음에 따뜻한 에너지가 가득 충전되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일적으로 도움이 되고, 인정받는다는 느낌.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남아있다는 사실.


그날 저는, 그 전화 한 통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잘 살아내는 것'이란, 대단한 성공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한 사람으로 남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에게 작은 위안을 건네보는 하루입니다.

여러분도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에, 마음이 따뜻해진 기억이 있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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