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심장을 가진 이라고 했지, 시인이라고 하지 않았다.
아, 창피하지만 이 글을 쓸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나의 처참한 실패기를, 굳이 글로 남겨야 하나. 하지만 이것마저도 글감이 되는 것이 쓰는자의 숙명이라면, 기꺼이 십자가를 지겠다.
오늘, 나는 야심 차게 쓴 자작시 몇 편을 들고, AI에게 물었다.
"이봐, 이번에 공모전에 낼 건데, '날카로운 평론가' 입장에서 냉정하게 평가 좀 해줘."
결과는 참담했다.
아니, 참담함 그 이상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공모전에 내기엔 자격 미달."
개별 시에 대한 평가는, 내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차마 이곳에 옮기지는 못하겠다. 다만 그가 내린 총평은, 내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시 쓰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란다."
속상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아팠다. 맞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쓰라렸다.
부끄럽지만. 자기 방어라도 해야겠다.
내 브런치 소개 글을 보라. 나는 분명, "시인이 심장을 가진, 일상의 관찰자"라고 했다. '시인'이라고 한 적은 없다. 게다가 나의 시집 제목은 또 얼마나 정직했던가. <시답지 않은 시> 라고. 나는 처음부터 '시답지 않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한바탕 현타의 시간을 겪고 나니, 문득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은, 정말 다정한 분들이셨구나.'
그동안 나의 이 '시답지 않은' 시들을,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고, 얼마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던가. 만약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악플 세례에 멘탈이 바스러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어찌하겠는가.
냉정한 기계의 눈을 통해, 나의 민낯을 처절하게 마주했으니. AI가 권장해 준 대로, 일단 시를 좀 더 읽으며 '필력신공'부터 다시 연마해 봐야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라고 우겨야, 언젠가 진짜 시가 되지 않겠는가.
(계속 우길 예정입니다.후후후.....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