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동네 마다 다르더라
나는 종종 공원 벤치에 앉아, 산책하는 사람과 반려견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종의 '멍때리기'이자, 나만의 소소한 취미다.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동네'마다 산책하는 강아지들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힙스터들의 성지, 연남동
수년 전, 따뜻한 봄날의 경의선 숲길. 지인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있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핫한' 반려견들의 런웨이였다.
마치 샴푸 광고처럼 윤기 나는 털을 휘날리며 걷는 '아프간하운드', 만화 속 주인공 같은 '달마시안', 솜사탕이 두 배가 된 듯한 '자이언트 푸들'까지.
'핫한 동네라, 강아지들도 힙한 건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동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한 풍경이었다.
뉴요커의 산책, 서울숲
직장 근처 서울숲 역시 마찬가지였다. 햇살 좋은 날, 드넓은 잔디밭 위에서 주인과 함께 뛰노는 다양한 품종의 반려견들을 보고 있으면, 가보진 않았지만 뉴욕 센트럴파크가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넘사벽의 포스, 한남동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만남은, 단연코 한남동 산책길에서였다. 진짜 사자인가 싶어 눈을 비비게 만든, '사자개(차우차우)'와의 만남.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내가 "개가 너무 멋진데, 혹시 사자개인가요?" 하고 말을 걸자, 견주분은 기다렸다는 듯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동안이나 풀어놓았다.
그래도, 가장 정겨운 우리 동네
그에 비하면, 우리 동네 산책길의 강아지들은 참 평범하고 정겹다.
사랑스러운 '시고르자브종(믹스견)'부터, 오랜 친구 같은 말티즈, 요크셔테리어, 푸들, 시바견까지. 모두가 익숙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들이다.
동네 따라 키우는 견종이 다르다는 건, 어쩌면 나만의 섣부른 일반화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딱 하나다. 품종이 무엇이든, 동네가 어디든, 반려견은 우리 인간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는 것.
내가 이토록, 이름도 모르는 남의 집 강아지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마도 내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녀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그 소중한 추억의 한 조각을, 동네 산책길 위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