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호선 출근러다

근무지별 직장인 특

by 김성수


[1부: 나의 생존 기술]


나는 2호선으로 출근하는 '출근러'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뚝섬역까지. 매일 아침, 기나긴 여정을 견뎌내야 하는 나에게, '앉아서 가는 것'은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제부턴가, 자리 선점을 위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바로, 앉아있는 사람의 '옷차림' 만 보고, 그가 어디쯤에서 내릴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오랜 관찰과 경험이 만들어낸, 일종의 빅데이터다. 왜냐하면, 그들의 옷차림 속에는 그들이 일하는 '동네'의 분위기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2부: 2호선 런웨이, 동네별 드레스코드]


나의 2호선 런웨이 분석은 이렇다.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 사람들은 단연 후드 집업이나 맨투맨 같은 '캐주얼룩' 이 압도적이다. IT 기업이 많은 탓일까, 자유롭고 실용적인 분위기가 옷차림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합정과 홍대입구부터는 공기가 달라진다. 헤드폰을 목에 걸고, 피어싱이나 타투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 없는 젊은이들이 우르르 내린다. '힙' 그 자체다. 힙한 옷차림의 친구들 앞에 서 있으면, 높은 확률로 홍대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시청과 을지로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시청역 쪽에서는 관공서와 대기업의 분위기를 닮은 '정장 스타일' 이 눈에 띄고, 오래된 상가가 많은 을지로로 갈수록 야상 점퍼 같은 편안한 아우터의 '생활복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목적지, 뚝섬과 성수. 이곳은 '제2의 홍대'라 불릴 만큼 트렌디한 '스타트업룩' 의 젊은 친구들로 가득하다. 개찰구에서는 유난히 "청년입니다"라는 경쾌한 알림 소리가 많이 울린다. 비록 나는 더 이상 청년이 아니지만, 이 동네로 출근할 때만큼은, 나 역시 잠시 청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에필로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동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관찰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떤 동네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일을 하든, 우리 모두는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싫은 마음' 을 이겨내고, 묵묵히 이 복잡한 전동차에 몸을 싣고 있는 '위대한 생활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치열한 일상을 살아내는, 이 땅의 모든 출근러들을 응원하고 싶다. 우리는 정말이지, 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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