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그리고 매염방
2003년 4월 1일, 장국영의 사망 뉴스가 떴다. 만우절이었다. 나는 그 뉴스를 믿지 않았다. 그저, 지독하게 악취미인 누군가의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의 학창 시절과 청춘은, 홍콩 영화의 가장 눈부신 전성기와 겹쳐 있었다. 나의 최애 배우는 '사대천왕' 유덕화와 여명이었지만, '장국영'이라는 이름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또 다른 거대한 별이었다. <패왕별희>의 그 위태로운 눈빛, <아비정전>의 그 고독한 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내어 보이는 듯한 처절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해 12월, 또 하나의 별이 졌다. 나의 홍콩 여배우, '매염방'의 죽음이었다.
내가 장국영에게 남다른 애정을 느꼈던 것은, 어쩌면 그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무대 위의 디바였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의리 있는 사람이었다고들 했다. 힘겨운 신인 시절을 함께 견뎌낸 두 사람의 우정은 너무나도 유명했다. 장국영이 그녀에게 건넨 농담 섞인 약속도.
"네가 마흔 살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 하면, 내가 너와 결혼해 주마."
공교롭게도, 매염방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 해가, 바로 그녀 나이 마흔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살아있었다면, 그 약속은 정말 지켜졌을까.
얼마 전, 두 사람이 함께 주연했던 영화 <연지구>가 재개봉했다.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과, 그 애절함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는 마음이 싸웠다. 결국 나는 가지 못했다. 그들의 가장 빛나는 모습은, 그저 내 청춘의 한 페이지 속에 추억으로 남겨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장국영과 매염방.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다, 나는 문득 지금의 내 얼굴과 마주한다. 소중한 것들은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추억의 잔재는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그렇게, 4월 1일은 내게 더 이상 만우절이 아니다.
그날은, 짓궂은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나간 장국영과, 그의 약속을 끝내 받지 못한 채 그를 따라간 매염방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저물어버린 나의 가장 낭만적인 청춘을 함께 기억하는, 그런 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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