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험담을 듣기 시작했다

나는 공범이었다 #1

by 김성수

험담은 달콤한 독처럼 스며든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었다. 낯선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용한 정보’ 같았다.


입사 첫날, 나는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이 작은 조직에 들어왔다. 아직 책상에 내 물건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연간 최대 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경력직이라는 이름표가 무겁게 어깨에 눌러앉았다.


관계? 그건 사치였다. 그저 정해진 기한 안에 결과물을 내는 게 우선이었다.

그때, B 씨가 다가왔다.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오래 근무한 직원이었다. 처음부터 친절했고, 나는 당연하게 그녀에게 의지했다. 작은 질문에도 답해 주고, 새로운 시스템 사용법도 빠르게 알려줬다. 그녀 덕에 혼란스러운 적응기가 조금 덜 힘들었다.


문제는 다른 한 사람, A 씨였다.

그녀가 하던 업무 일부를 인수인계받아야 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업무 이야기도 할 겸, 관계를 열어볼 생각으로 내가 먼저 몇 번 손을 내밀었다.

“오늘 점심 괜찮으세요? 업무 얘기도 조금 나눌 겸.”

그녀는 늘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도시락을 싸와서, 간단히 먹으려고요."

"그럼, 저녁은 어떠세요?"
“아, 미안해요. 아이들이 일찍 와서 챙겨야 해서요. 다음에 꼭 같이해요.”

이해했다. 워킹맘이니까.
하지만 몇 번의 거절이 이어지자 마음 한구석이 서운해졌다.


그즈음, B 씨가 커피를 들고 내 자리로 와 속삭였다.
“팀장님, A 씨 지난번 자료 말이에요… 아직도 피드백이 없어요. 늘 이러니,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하더라고요.”

그 말이 귀에 꽂혔다.

처음에는 '원래 일 처리가 조금 늦는 사람인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이후로 A 씨를 볼 때마다 그 말이 떠올랐다.
거절하던 미소가 가식처럼 보였다. 내 제안을 거절한 것도, 업무가 늦어진 것도 다 ‘성의 없는 태도’ 때문인 것 같았다.


그날의 험담은 내 마음속에 작은 먼지처럼 앉았다.
처음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그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창에 낀 얼룩처럼 자꾸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때 몰랐다.
작은 먼지가 결국 한 사람을 내 마음속에서 점점 밀어내는 편견이 될 줄은.
그리고 그 편견이 나 자신까지 갉아먹게 될 줄은.


Gemini_Generated_Image_t85w4xt85w4xt85w.jpg 선입견이 생기고 있다


다음 회차: A 씨와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다.

1편 보기 https://brunch.co.kr/@e4195875ebe247f/7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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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의 다음 장면은, 금요일 아침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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