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범이었다 #2
A 씨와의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그녀는 다른 동료들과도 일정 거리를 두었고, 업무 외의 대화에는 좀처럼 섞이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녀를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자연스럽게 나 역시 필요한 말 외에는 건네지 않게 되었고, 그 표면적인 평화 속에서 그녀를 향한 기대를 조용히 거두고 있었다.
연말 평가 시즌이 다가왔다. 조직 전체가 예민해지는 시기였다.
모든 부서의 성과 자료를 모아야 했는데, 그중 회계·사업 현황 정리는 내가 책임져야 했다.
문제는 또 A 씨였다. 마감일이 코앞인데도 그녀의 자료는 감감무소식이었다.
B 씨가 불만을 털어놨다.
“팀장님, 이러다 야근 확정이에요. A 씨 자료 없이는 한 줄도 못 써요.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나는 참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 한구석에 쌓인 불신이 불씨처럼 번졌다. 결국 나는 A 씨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A 씨, 어제까지 주시기로 한 자료는 어떻게 되어갈까요?"
"마무리 중입니다. 내일 오후까지는 꼭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다음 날, 약속된 시간에 맞춰 A 씨가 보낸 자료를 열어봤을 때, 그 불씨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되었다.
빠진 항목에, 엉망으로 맞춰진 자료들. 한눈에 봐도 검토가 덜 된 파일이었다.
“이건 그냥 우리를 무시하는 거죠?”
B 씨의 말이 기름을 부었다.
나는 결국 A 씨를 회의실로 불렀다.
“이 자료, 많이 부족하네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넘겨주시면 곤란해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만 떨군 채. 그 침묵이 오히려 나를 더 화나게 했다.
그날 이후, 우리 사이엔 더 이상 ‘관계’라고 부를 만한 게 남지 않았다.
며칠 야근을 하며, 평가 자료를 완성했다.
그리고 한 달 뒤, A 씨가 사직서를 냈다는 소문이 들렸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혹시… 나 때문인가?”
회의실에서의 장면이 머릿속에 계속 재생됐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얼마나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다음 회차: 진실을 알게 되는 티타임.
1편 보기 https://brunch.co.kr/@e4195875ebe247f/74#comments
2편 보기 https://brunch.co.kr/@e4195875ebe247f/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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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의 다음 장면은, 월요일 아침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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