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범이었다 #3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티타임을 청했다.
퇴근 후 마주 앉은 카페에서,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그날 일 때문에 퇴사하신 건가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사실은 집안에 일이 좀 있었어요.”
그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가족 중 한 분이 아프셨고, 그녀 혼자 간병과 육아, 집안일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퇴근 후 약속을 거절한 건 아이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픈 가족을 돌보고, 집안일을 감당하느라 그녀는 에너지가 이미 바닥나 있었다.
“업무에 집중 못한 건… 태만이 아니라 그냥… 버티느라 힘이 없었던 거예요. 그렇게 집중하지 못하면서 회사를 계속 다니는 건, 저 스스로도 힘들고 조직에도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사직서를 내게 된 거고요.”
그녀의 말에 목이 메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진작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와서 이런 나의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도와주기는커녕, 나는 벼랑 끝에 선 사람의 등을 떠민 셈이었다.
물론, 개인 사정으로 회사 일을 소홀히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돌이켜보면, A 씨에게도 분명 업무적인 책임이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동료들에게 최소한의 양해라도 구했어야 했다. 그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다른 동료들의 원성을 샀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알아보려 했던가.
나는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려, A 씨를 '일이 늦고 배려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진짜 사정을 알아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었을 A 씨의 그 막막한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고, 그런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B 씨의 험담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 거절에 서운해하던 나, 회의실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나.
그 모든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나는 편견이라는 뿌연 안경을 낀 채, 눈앞의 현상 너머에 있는 이면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책임감 있는 질책’이라고 포장했던 감정이 사실은 편견과 무지였음을 깨달았다.
다음 회차: B 씨의 패턴이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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