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범이었다 #4
A 씨가 떠나고도 일상은 계속됐다.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B 씨를 편하게 대할 수 없었고, 그녀에게서 어떤 위화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느낌은 곧 현실이 되었다.
비공식 단톡방에서 B 씨의, '업무상 불편함'을 가장한 험담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C 씨, 좀 특이한 것 같지 않아요?”
익숙한 기시감이 등골을 스쳤다.
새로 들어온 계약직 C 씨는 성실했고 업무도 무난하게 잘 해냈다.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지만, 유독 B 씨와만은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결국 두 사람은 사무실 공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크게 다퉜다.
C 씨는 억울함을 쏟아냈다.
“계약직이라고 무시하셨어요. 뭘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주고….”
B 씨는 오히려 C 씨를 탓했다.
“일을 알려줘도 업무 이해도가 너무 떨어졌어요.”
며칠 뒤 C 씨는 회사를 떠났고, B 씨의 화살은 곧장 D에게로 향했다.
D를 향한 배제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자신이 가져온 간식을 D만 빼고 돌렸고, 다 같이 대화하다가도 D가 입을 열면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
그것은 너무나도 미묘해서,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속 좁은 사람이 되고 제삼자가 나서면 오지랖이 되어버리는, 아주 애매한 형태의 신경전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D가 없는 단톡방에서는 업무 불편함을 가장한 험담이 시작됐다.
"D 씨는 일할 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너무 안 듣는 것 같지 않아요?"
그 험담에 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B 씨는 한동안 나를 경계했다. 어쩌면 그 순간, 나 역시 보이지 않는 소외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E 씨가 내게 조심스럽게 티타임을 청해왔다. B 씨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그녀였기에 의아했지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주 앉은 카페에서 E 씨는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B 씨가 처음 입사했을 때 잘 챙겨줘서 고마운 마음에 가깝게 지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서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됐는데… 최근엔 저에게도 똑같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녀는 내가 어렴풋이 짐작만 하던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실… 팀장님도 B 씨의 험담 대상이었던 거 아세요? 그런데 팀장님은 별로 타격을 안 입으시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고 싶었어요.”
E 씨의 말은 내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녀 역시 B 씨의 타깃이 되었고, 과거 자신의 침묵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A 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그녀의 험담 대상이 되어 있다는 의심이 서늘한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이것은 퇴사한 A 씨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B 씨는 늘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누군가를 밀어내야만 자신이 안전해질 수 있다는 듯, 그녀는 관계의 질서를 뒤틀고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침묵으로 지켜보며 애써 모른 척 제 안위만 챙겼다.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침묵했던 나 역시, 명백한 공범이었다.
다음 회차 한 줄 예고 : 작은 연대로 패턴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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