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재단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공범이었다 # 마지막 - 작가의 변

by 김성수

한 사람의 말에 흔들려, 또 다른 누군가를 외면했던 시간.
보이지 않는 편에 서서 스스로를 잃어버렸던 시간.

그 모든 후회와 성찰이, 이제 나의 인간관계에서 길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또 다른 B 씨가 다가와 커피를 건네며 달콤한 험담을 속삭인다면
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저편
침묵 속에 서 있는 또 다른 A 씨의 얼굴을 바라볼 것이다.
그 눈빛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짊어졌을 삶의 무게를 헤아리기 위해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손을 내밀 것이다.


누군가를 쉽게 재단하지 않는 것.
그것은 책에서 빌려온 문장이 아니라
다시는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
내가 온몸으로 길어 올린 삶의 방식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관계를 꿈꾼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빌립보서 2:3





작가의 변


이 길고 어두웠을지 모를 터널을 끝까지 함께 걸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글을 쓰는 내내 한 가지 원칙을 지키려 애썼습니다. 그것은 이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 섣부른 '재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글 속 인물들의 모습이 평면적으로, 혹은 밋밋하게 느껴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입장을 자세히 서술하는 순간, 저 역시 또다시 저의 시선으로 그들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은 그들을 향한 고발장이 아니라, 저의 비겁함과 침묵을 향한 반성문이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타인이 아닌, 온전히 저 자신에게로 향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관계란, 자기 안의 결핍이 타인을 통해 채워지기를 바라는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특정인뿐만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았을까요.


독자 여러분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침묵은 때로 진실을 가리는 공범의 망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약자를 지키는 단단한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실 때, 이 글은 비로소 저의 손을 떠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당신의 관계는, 서로의 등을 떠미는 대신 가만히 어깨를 내어주는 온기가 가득하기를. 그리하여 당신의 하루가 안녕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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