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범이었습니다 - 외전 1편
D 씨의 첫인상은 씩씩함이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오랜 경력 단절 끝에 우리 기관에 들어온 그녀는,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냈다. 모르는 부분은 숨기지 않고 묻는 용기도 있었다. 사무실과 가까운 덕분에 매일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했는데, 뒷모습에서 늘 건강한 기운이 전해졌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말수가 줄고, 표정은 어두워졌다. 세 아이를 돌보며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텐데, B 씨의 은근한 견제까지 겹치니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처지, 보이지 않는 견제. 그녀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심스럽게 진로 상담을 요청해 왔다.
나는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도전할 만한 자격증과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해 주었다.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동료에게 작은 불빛 하나 건네는 마음이었다.
계약이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학점은행제 과정을 거의 마쳤고 실습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조언이 힘이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녀가 회사를 떠난 뒤 시간이 꽤 흘렀다. 가끔 소식이 궁금했지만, 나 역시 일상에 치여 잊고 지냈다.
어느 날 아침, 지하철 승강장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어깨를 움츠린 채 힘겹게 페달을 밟던 사람이 아니었다. 내 앞에 선 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감으로 빛나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바로 D 씨였다.
그녀는 더 이상 눈치를 보던 계약직이 아니었다. 한 부서를 책임지는 당당한 담당자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저를 응원해 주는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해요.”
밝은 미소와 함께,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그날 나는 보았다.
경력 단절의 무게를 짊어지고, 보이지 않는 견제에도 굴하지 않으며, 끝내 자기 힘으로 우뚝 선 한 사람의 과정을.
내가 한 일은 작은 씨앗 하나 건넨 것뿐이었다. 그 씨앗을 키워내고, 햇볕을 찾아 싹을 틔운 건 온전히 그녀 자신이었다.
이제 그녀는,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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