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D 씨의 커리어 도전기

나는 공범이었습니다 - 외전 1편

by 김성수

[B 씨의 그늘 아래서]


D 씨의 첫인상은 씩씩함이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오랜 경력 단절 끝에 우리 기관에 들어온 그녀는,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냈다. 모르는 부분은 숨기지 않고 묻는 용기도 있었다. 사무실과 가까운 덕분에 매일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했는데, 뒷모습에서 늘 건강한 기운이 전해졌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말수가 줄고, 표정은 어두워졌다. 세 아이를 돌보며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텐데, B 씨의 은근한 견제까지 겹치니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처지, 보이지 않는 견제. 그녀가 얼마나 답답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심스럽게 진로 상담을 요청해 왔다.


나는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도전할 만한 자격증과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해 주었다.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동료에게 작은 불빛 하나 건네는 마음이었다.


계약이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학점은행제 과정을 거의 마쳤고 실습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조언이 힘이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출근길 만남]


그녀가 회사를 떠난 뒤 시간이 꽤 흘렀다. 가끔 소식이 궁금했지만, 나 역시 일상에 치여 잊고 지냈다.

어느 날 아침, 지하철 승강장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어깨를 움츠린 채 힘겹게 페달을 밟던 사람이 아니었다. 내 앞에 선 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감으로 빛나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바로 D 씨였다.

그녀는 더 이상 눈치를 보던 계약직이 아니었다. 한 부서를 책임지는 당당한 담당자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저를 응원해 주는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해요.”

밝은 미소와 함께,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스스로 길을 낸 사람]


그날 나는 보았다.

경력 단절의 무게를 짊어지고, 보이지 않는 견제에도 굴하지 않으며, 끝내 자기 힘으로 우뚝 선 한 사람의 과정을.

내가 한 일은 작은 씨앗 하나 건넨 것뿐이었다. 그 씨앗을 키워내고, 햇볕을 찾아 싹을 틔운 건 온전히 그녀 자신이었다.


이제 그녀는,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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