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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페니 Mar 14. 2024

우리 엄마의 봄날은 언제 올까...

황혼 육아, 손주는 귀엽지만 내 엄마는 힘들다

우리 엄마는 작년 부로 칠순이 넘었다. 몇 해전 외출 했다가 갑작스레 온 무릎 통증으로 인해 그 뒤로 한쪽 다리마저 절룩대시는 무릎이 성하지 않은 분이다. 심지어 너무 많은 집안일로 인하여 온 손가락이 구부정하여 이젠 젓가락질 마저 하기가 힘들어하신다.  나이 칠순에 다시 아기가 되셨다. 포크가 젓가락 보다 편해지는..


 그런 우리 엄마는 본인의 몸을 돌보기 보다 내 동생 조카들의 양육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우리 조카들은 너무 이쁘고 귀엽다. 첫째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고 둘째는 이제 20개월이다. 하는 거 하나하나 다 귀엽고 이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가 너무 안되어서 늘 마음 한쪽이 아린다. 나는 독립해서 본가와 떨어져 산지 이제 삼 년이 다되어 간다. 그 과정에서 내 동생은 본인의 회사 생활을 위해 엄마에게 모든 육아를 맡기다시피 하고 있다. 심지어 주말에도 우리 엄마에게 자기 개인 볼일 있다며 맡기고 갈 때도 있다. 이건 제부도 마찬가지다.

 결혼하지 않은 언니인 나는, 집안의 장녀라 할지언정, 이런 일에 함부로 언질을 할 수가 없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해봐야 싸움만 나니까.


 나는 내 동생이 엄마가 얼마나 아픈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좀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동생이 퇴근해서 하루는 엄마한테  

"아 힘들어 죽겠어 회사 다니고 애들 챙기는 거 너무 지쳐!"  

그러자 엄마는

"내가 더 힘들다 난 너까지 뒤치닥 거리 해야 하잖아!"

그 말에 내 동생은

" 엄마는 내가 힘들다고 하면 왜 더 힘들다고 난리야!! 나 힘든 거 안 보여?"

라며 씩씩 대더라... 그 길로 엄마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으셨다 했다.


 주말마다 엄마를 모시고 나는 드라이브를 간다. 내 차에 타면 엄마는 쉴 새 없이 말을 하신다, 일주일 내내 대화 나눌 사람이 없는 것도 이유이고, 말해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다는 것도 이유였다. 마음을 많이 다치신 거 같았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이젠 딸의 앞날을 위해 자진해서 육아에 매진하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도와줘도 고마운 말 한마디 못 들으신다.( 솔직히 우리 아빠도 육아에 관심이 없으셔서 모든 일은 우리 엄마 몫이다.)


 이쯤 되면, 주변 사람들이 엄마 아빠가 노후가 안 되어서 육아를 도와주는 줄 알고 있다. 사실 우리 엄마 아빠는 노후 걱정은 안 해도 되실 분들이다. 그렇기에 우리 엄마는 동생으로부터 매월 받는 육아비 보다 조카에게 쓰는 돈이 더 많다. 또한 육아로 인한 본인의 병원비가 심지어 더 나가기도 한다. 하물며 동생은 그 와중에 집을 산다며 부모님에게 받은 전셋집을 일말의 상의도 없이 멋대로 빼내서 수억 원의 빛을 지고 집을 사서 지금 허덕이고 있다.


 동생 입장에선 부모가 한없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자기가 집 사서 이렇게 힘들면 당연히 육아도 도와야 하는 거고 집 사고 대출금 갚는 거 왜 안도와 주냐고 그러겠지.. 하지만  문제는 우리 부모님은 겨우 본인 두 분의 노후 자금만을 마련했을 뿐, 동생을 나이 40 다되도록 잘 키워 놨고 시집갔으면, 이젠 독립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들은  처가의 도움을 바라더라..


 주말에 우리 엄마 만나러 본가에 가면 엄마는 얼굴이 늘 지쳐 있다. 그래도 밖에 나가면 그렇게도 좋아하신다. 처음엔 좀 지쳐 보이셔도 모시고 밖에 나가면 시간이 흐를수록 생기가 도신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건 따뜻한 라테 한잔 맛있어 보이는 빵 그리고 한가로운 카페이다. 나는 매번 새로운 브런치 카페를 찾아 엄마를 모시고 함께 드라이브를 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거 같으면 그게 그렇게도 편하다.


 엄마는 나도 멀리 사는데 굳이 본인 때문에 주말마다 딸이 오는 게 안 돼 보이는지 매번 오지 말라 하신다. 근데 나는 안다. 그 말

  "딸아 힘들어도 매번 와주련" 이란 뜻을...


 오늘도 가족 단톡에는 늘 엄마의 육아 사진이 생생하게 올라온다. 우리 조카들이 밥 먹는 모습, 목욕하는 모습 잠자는 모습 실시간 사진 찍어서 동생내외에게 보여 주신다. 아이들과 놀아주다 지쳐 유튜브라도 좀 보여주면 내 동생은  " 유튜브 그만 보여 줘야 한다고 아이가 말을 안 한다며" 네이버 검색해서 아이가 말을 안 하는 이유에 관한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그 꼴을 보고 있으면 속에 천불이 나서

  " 야 엄마는 너 자나 네가 애 데리고 가르치면 될 거 아냐!"  

라고하고 싶지만 그저 읽고 씹을 뿐.. 할 말은 많아도 하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싸움만 나니까..


 주말에 엄마를 보고 오면 마음이 아프다. 계절은 3월 겨우 겨우살이를 벗어나는 시기이고 점점 날이 길어지는 것이, 곧 봄이 다가오는 거 같지만, 아직도 우리 엄마에게 봄날은 여전히 멀어 보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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