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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에 저작권이 있었다면 역사도 달라졌을까?

거북선과 저작권: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상상

by 머니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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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대단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이 미군 해군사관학교에 전시되어 있다니요!”

“맞아. 실제로 2022년에도 한국 해군사관학교에서 거북선을 새롭게 복원했단다.”

“선생님, ‘새롭게 복원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거북선을 만든 건 이순신 장군인데, 그분이 설계도 같은 걸 남겼다면 그대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전쟁 중이었던 탓에 이순신 장군이 남긴 기록은 '난중일기' 외에는 거의 없어. 설계도나 구체적인 기술 문서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보는 거북선은 역사적 자료와 학자들의 추정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란다.”

“정말 안타깝네요. 그때 자료가 잘 보존만 되었더라도, 조선 해군은 동아시아에서 무적의 해군으로 더 오래 남았을 것 같아요!”

“맞아. 그럼 한번 상상해 보자. 만약 당시 거북선이 저작권이나 특허 같은 제도로 보호받았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정말 흥미로운 상상이다. 만약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설계와 전략이 저작권처럼 보호받았다면, 외부 세력—예를 들면 일본이나 명나라—이 기술을 쉽게 모방하거나 훔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조선 해군은 전략적 우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조선 내부에서도 무단 모방이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상세한 기록과 관리가 이뤄졌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기술은 정확히 보존되어, 지금처럼 "새롭게 복원"했다는 사실이 특별한 일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거북선이 단지 군사 장비를 넘어서 국가의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크다. 오늘날처럼 콘텐츠와 기술이 세계로 수출되는 시대였다면, 거북선은 군사 콘텐츠이자 역사적 상징으로 글로벌한 가치를 지녔을 것이다. 군사 교육 콘텐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드론 설계 아이디어 같은 부가가치 산업으로까지 이어졌을 수 있고, 이는 국가 경제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시에는 국제적인 저작권 협약도, 정보 보호 체계도 존재하지 않았다. 거북선처럼 실전에 투입되는 무기 체계는 그 자체로 노출되기 쉽고, 복제 가능성도 높았다. 조선은 기술이나 전략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거나 발전시키는 시스템이 약했고, 국가적 기술 자산으로 관리하는 인식도 부족했다.

설령 저작권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사회적·법적 기반이 부재했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선조 임금처럼 권력을 의식한 왕이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국가적으로 보호해 주었을 가능성도 낮다. 결국, 거북선이 정식 무기 체계로 계승되지 못한 것은 저작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기록과 전승 체계의 부실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만약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설계와 해전 전략이 저작권이나 특허와 같은 제도로 보호받았다면, 조선 해군은 단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이점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기술 유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일본 등 적국이 거북선을 쉽게 모방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전에서의 전술적 기밀 유지가 가능해져, 전투 양상에서 조선 해군이 지속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부 기술 전수 체계도 강화되어, 무단 모방이나 기술 왜곡을 방지하고 이순신 장군의 지식이 국가의 공식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작권 개념의 도입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조선의 해군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거북선의 설계와 운용 전략이 체계적 문서화와 기록 보존을 통해 후대에 전승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전승 시스템은 조선의 해양 과학 기술 축적과 발전 문화 형성으로 이어졌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지속 가능한 해군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다. 거북선은 무기체계를 넘어 국가 브랜드이자, 문화적·경제적 자산으로 발전하여, 교육 콘텐츠, 게임, 전술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산업적 확장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사회문화적 한계가 저작권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제한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기술과 지식을 국가 자산으로 인식하고 체계화하는 문화가 부족했으며, 과학 기술자조차 천대받던 사회 구조였다. 법적·행정적 기반이 미비하여, 설령 저작권 개념이 존재했더라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체계나 권리 보호 장치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의 왕권 중심 정치 구조 속에서 선조와 같은 군주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데 비협조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저작권이 존재했더라면 거북선은 전략적 무기이자 지식 자산으로 보호받으며 조선 해군의 전력 강화에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조선 사회의 기록 문화, 기술 투자, 체계화 역량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고려할 때, 저작권 하나만으로 해군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상은 오늘날 우리가 기술, 지식, 문화 자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단지 ‘전설’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과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계승될 수 있는 길은 저작권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의 기록과 제도 속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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