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되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이

나를 그렇게까지 단정짓지 않아도 된다는 걸 늦게 알았다

by 지안

나는 집이 아니면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이었다.


내 이불, 내 베개, 익숙한 공간이 아니면 몸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을 가도 늘 피곤했고, 호텔에서도 잠을 설쳤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 낯선 곳에서는 잠을 못 자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예전에는 캠핑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밖에서 자는 건 나랑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은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안 된다고 정하지 말고,

한 번 부딪혀보는 건 어때?”


나는 늘

“나는 못 해”라고 먼저 말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나를 정해버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때부터 작게라도 시도해보기로 했다.


잠이 안 올 걸 알면서도 다른 곳에서 자보고,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걸 피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날은 집보다 내일 일정때문에 더 빨리 잠이 들었고 여행을 가기 전날이면 괜히 더 일찍 휴대폰을 내려놓게 됐다.


여전히 집이 가장 편하지만

이제는 ”나는 절대 못 자는 사람”은 아니게 됐다.


그 순간 조금 낯설었다.


내가 나를 너무 쉽게 단정짓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안 된다고 말해왔던 것들이 사실은 아직 충분히 해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이제는

“나는 안 돼” 대신

“한 번 해볼까”를 더 자주 떠올려보려고 한다.


나를 그렇게까지 단정짓지 않아도 된다는 걸

조금 늦게 알게 됐다.


모든 걸 바꿀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아직 해보지 않은 것까지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미리 정해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나에게도 아직 모르는 가능성이 있고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내가 있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다르게 말해보려고 한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정도의 여지는 나 자신에게 남겨두어도 괜찮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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