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수 없던 날, 비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멈춰버린 하루를 다시 움직이게 한 작은 행동

by 지안

힘을 내려고 해도 힘이 나지 않고,

아무것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 날이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그건 대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온다.


살다 보면

각자의 사정이 겹치면서

아무리 열정적이던 사람에게도

그런 시기가 온다.


나도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쉬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오래 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가장 큰 종량제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방 한 켠부터

천천히 훑기 시작했다.


반년 이상 쓰지 않은 물건,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 같은 것들.


망설이지 않고 버렸다.

그저 순간의 판단에 맡겼다.


봉투 하나가 가득 차고,

두 개가 쌓이고,

세 번째 봉투까지 채워졌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더 비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나는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가

집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을

다시 나누었다.


그 단순한 행위가

생각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상하게도

비울수록 마음이 가벼워졌고,

비워낸 자리만큼

무언가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무엇은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나는 나를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인 덕분인지

조금의 에너지도 돌아왔다.


예전에

하루에 몇 가지씩 물건을 버리며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에게 ‘버린다’는 행위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무기력한 날에는

조금 더 무기력해져도 괜찮다.


그 시간 또한

삶에 필요한 순간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비워보는 건 어떨까.


오늘 다 하지 않아도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나는 이것을 아직 놓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여전히 이것을 원하고 있구나.

예전에는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구나.


그렇게 우리는

다시 자신을 이해해간다.


결국

나를 지켜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


작은 행동 하나가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의미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알아가는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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