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부지런함과 게으름,
이 두 가지 기준으로만 나눈다면
필자는 아마도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이든 ‘그냥’ 시작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이 일이 나에게 어떤 효용이 있는지,
내가 이걸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나서야
비로소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유를 찾고 나면,
이번에는 방법을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인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그 고민에만
끝없이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러다 종종
시작도 하기 전에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진다.
일의 크고 작음은 상관이 없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성격 탓에
시작하는 순간
일은 늘 예상보다 커져버린다.
이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면
아예 피하고 보는
나쁜 버릇이 하나 생긴다.
그리고 그 버릇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에까지 배어 나오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부’다.
이상하게도 책상 앞에만 앉으면
공부 외의 모든 것들이
유난히 재미있어진다.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작하면 귀찮아질 걸 알기에
정작 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뒤로 미루게 된다.
심지어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테이블 정리조차
공부보다 훨씬 보람차게 느껴진다.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할 일을 미루는 이유가
정말 완벽함에 대한 욕심 때문일까?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이러한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판도라'의 이야기이다.
판도라는 제우스의 선물 피토스를 받고
그 상자의 속삭임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게된다.
그러자 상자 속에 갇혀 있던 재앙들이 튀어나와
인류에게 수많은 불행을 가져온다.
그리고 상자 안에는
단 하나, ‘희망’만이 남아있었다...
는 이야기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가 말해주는 건 분명하다.
인간은 늘
마음 한구석에
희망을 남겨두고 싶어 한다는 것.
머지않아, 곧, 결국, 마침내.
우리가 이런 말을 반복하는 것도
그 바람의 반영일지 모른다.
그리고 마주해야 할 현실이
두렵고 괴로울수록
그 희망은 더욱 달콤해진다.
물론 세상에는
자신이 정한 목표를
끝까지 완수해내는
진짜 완벽주의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우,
완벽주의라는 말은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완벽 주의자가 아니다.
그저 욕심많은 겁쟁이일 뿐이다.
열심히 노력한 끝이
실패일까 두렵고,
내 행동이
타인에게 비난받을까 두렵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애벌레가
나비가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송충이인지
나비가 될 애벌레인지는
시도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실패는 두렵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평생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었는지,
그 가능성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면
그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던
완벽한 순간은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령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 기회를 붙잡을 수 있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두렵고 걱정스러워도
우리는 시도해야 한다.
우리가 주저하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좌절하고 슬퍼해도
시간은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곁에 붙어
함께 슬퍼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넘어지는게 두려워 피하기만 한다면
혼자 힘으로 자전거를 타게되었을 때의 기쁨은
결코 맛볼 수 없다.
무엇인가를 포기할 때마다 우리는
그와 함께
수많은 가능성도 함께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가능성에는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갓 구운 빵의 부드러운 식감,
좋아하는 사람을 볼 때의 두근거림 같은
그런 가슴 설레는 경험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아마도 모든게 완벽한 순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조금 어설프더라도
일단 시작해보자.
실패라는 두려움에
지레 겁먹고 도망치지 말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만
쫓으며 살기에도
인생은 충분히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