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지식의 양이 지혜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

by GreenT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I, 양자컴퓨터, 로봇….
기술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시대의 속도가 체감될 만큼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들도
그 속도만큼 함께 발전하고 있는 걸까?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스스로가 정한 한계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이는 아마도 상대가

더 큰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응원일 것이다.


그렇다.

큰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지 범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영역을 결코 목표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의 지식이 우물 안의 풍경을 넘어설 수 없듯이 말이다.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는 성장의 기회를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행위 자체가

곧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혼돈의 세계에서,

갓 첫발을 내딛은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 믿는

조금 큰 우물 안 개구리’일지도 모른다.


또 우리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자극에 정신이 팔려,

그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고찰할 겨를도 없이

백지 같은 머리 속에 누군가의 가치관을 그대로 흡수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역시

이 과정에 가속도를 붙인다.

특히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장치가 그러하다.


편리하지만 위험한 이 기술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향에 맞는 정보,

동의할 만한 의견, 입맛에 맞는 주장만을 선별해 보여준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내렸다고 생각한 결정들조차,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수많은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때가 많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지만,

사실 그 선택의 상당 부분은

이미 누군가가 설계해둔 선택지 안에서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판단을 내릴 확률은
분명 많이 알수록 높아진다.


하지만 방대한 정보 속에서

편향된 시각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보다

더 위험한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성장을 가로막는 본질적인 문제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의 질과 정확성이다.


사고의 한계는 단순히 정보의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태도,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는 습관,

그리고 이미 알고 있다는 오만이 생각의 확장을 가로막는다.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의 두 다리가 아무리 빨라진들

자동차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는 기술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정보가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왜 나에게 도달했는지, 그리고 어떤 전제를 품고 있는지를

한 번쯤 멈춰 서서 묻는 '멈춤의 미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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