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부지런함

열심히 살수록 왜 더 공허해지는가

by GreenT

분명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산더미 같던 할 일들을 해치웠지만,


막상 하루를 돌이켜 보면
정작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한
기묘한 허무감이 밀려온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오늘,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분주했던 걸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바쁨을 강요당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출근길에는 밀린 메일을 훑고,
하루 종일 울리는 메신저에 반응하며,
퇴근 후에는 텅 빈 마음을 채우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켜둔 채
하루를 마무리한다.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톱니바퀴처럼
그렇게 또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치열하게 살수록
우리의 내면은
점점 더 말라간다.


왜일까.




부지런함은 오랜 세월
우리 사회의 절대적인 미덕이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는 격언처럼


빨리빨리’라는 인식은
한국인의 정체성처럼 자리 잡았고,
우리는 잠시라도 멈추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만히 있는 것은 도태이고,
쉬는 것은 자기 방임이며,
멈추는 것은 곧 성장의 결핍이나
안일함으로 여겨지는 세상.


휴식마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의 브레이크는
이미 오래전에 고장 나버렸다.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기로에 선다.

무엇을 볼지, 어떤 메시지에 답할지,
내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


그러나 우리가 지치는 이유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가 아니다.
에너지를 너무 많은 방향으로
흩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범람하는 혼돈의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힘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근면함이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집중이다.




공허한 부지런함’이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분명 분주하게 몸은 움직이고 있으나
어디에도 몰입하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을 휘발시키고 소모하는 삶.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자극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되는 메일,
지금 보지 않아도 되는 알림,
굳이 반응하지 않아도 될 자극들 말이다.




나에게 무엇이 본질적인지,
어떤 일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스스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기준이 바로 설 때
비로소 우리의 부지런함은
공허함을 넘어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바쁘게 사는 삶과
의미 있게 사는 삶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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