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과 공감은 딱 한 번만!-1

엄마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by 책하마

**글에 나오는 아이들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엄마, 토성이가 나랑 안 논대."

4학년이 된 새 학기 첫 날,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가 한 말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토성이는 딸아이가 1,2학년 때 처음 친해진 친구다. 활발하고 거리낌 없이 친구에게 다가갈 줄 알지만, 소심하고 겁 많은 딸아이와는 다르게 기가 세고 승부욕과 소유욕도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둘이 잘 놀다가 딸아이가 다른 친구랑도 이야기하고 노는 것 같으면 얼른 딸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담임선생님께) 들었다.


작년, 3학년때는 토성이와 다른 반이 됐다. 다행히 3학년 반에는 딸아이와 성향이 잘 맞는 친구들이 많았다. 노랑이, 초록이, 분홍이, 파랑이 등등 많은 친구를 사귀어 즐겁게 지냈다. 한 번도 친구관계로 힘든 적이 없던 한 해였다. 그런데 토성이는 다른 친구들와 어울려다니는 딸아이를 복도에서 마주치면 피해다닌다고 했다. 딸아이는 걱정했다. "이제 내가 자기를 잊었다고 생각하나 봐. 난 여전히 토성이가 좋은데."


올해 4학년이 된 딸아이는 토성이와 같은 반이 됐다. 딸아이는 새로운 반에서 친해진 달님이, 별님이와 놀다가 토성이가 다가오자 반갑게 함께 놀자고 했단다. 그런데 토성이는 다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딸아이에게 "너랑은 안 놀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딸아이는 그자리에서는 아무말도 못 하고 그냥 웃기만 했단다. 그리고 별님이와 달님이도 토성이 말에는 신경을 안 쓰길래 다같이 놀았다고 한다. 그리고 소록이라는 새로운 친구랑도 친해졌는데, 그걸 본 토성이는 일부러 하교할 때 그 친구한테 다가가 자기랑 둘이서만 하교하자고 했단다.


그렇게 새학기 첫날, 딸아이는 퇴근해 온 날 보자마자 엉엉 울었다,

"엄마, 토성이가 나랑 안 논다고 하고, 친구들앞에서도 그래. 그리고 나랑 친해진 친구들을 자꾸 데려가려고 해. 너무 속상하고 슬퍼."

나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했다.

"우리 딸 속상하고 힘들겠다. 엄마도 너무 속상한걸."

토닥토닥 안아주며 공감하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나의 공감과 위로에 차분해지는 듯 하더니-


조금 지나자 더 크게 울며 이제 일어나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어내며 걱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엄마, 토성이가 이러다가 내가 새로 사귄 친구들한테 다 나랑 놀지 말라고 그러면 어떻게? 그래서 나를 따돌리면 어떻게?"


"우리 딸 토성이가 따돌릴까 봐 걱정이 많이 되는구나. 혹시 모든 친구들을 다 동원해서 널 심하게 따돌리기 시작하면 그땐 스스로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해. 이제 고학년이라 너가 스스로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야 하는거야."


공감하고 위로하고 달래면 달랠수록 새로운 걱정을 키우며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토성이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친구를 못 사귀면 어떻게 해. 내가 아무랑도 안 노는 거 남자친구들이 쳐다보는것도 싫어. 그리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는거 어려워 못 하겠어."


그러기를 거의 한 시간-

마침내 나는 폭발해 버렸다.


"야!! 아무리 속상해도 들어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래도 싫다, 저것도 못하겠다, 걱정은 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도 안하고 집에서 엄마한테만 징징대면 뭐가 달라지냐?? 토성이도 그렇고, 놀지 말라고 부추긴다고해서 널 따돌리는 애들이라면 그게 좋은 친구들이냐?? 그런 애들이랑 못 노는게 뭐 어때서?? 그리고 남자애들은 니가 혼자 있든 친구랑 놀든 자기들 놀기 바빠서 관심도 없어!! 그리고 도움을 받으려면 니가 스스로 용기를 내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거지!! 이것도 싫다, 저것도 어렵다. 그러면 방법이 없어!! 어쩌라고!! 그런 것도 용기 못 내면 이 문제는 해결 못 하는거야! 나한테 징징거려서 뭐 어쩌란거야!!!"


".. 엄마 내가 너무 속상해서 그래 그냥 좀 들어줘!"


"아까 속상한거 이야기 했잖아!! 그리고 이렇게 마냥 울면서 하루의 소중한 시간을 왜 스스로 망쳐? 그럼 널 속상하게 한 토성이 내가 지금 찾아가서 혼쭐 내줄까? 아니다, 토성이 엄마한테 당장 전화해서 따질까?? 뭐 어쩌란거야?? 지금 전화해야겠다!!"


"아냐 아냐!!!!엄마!!!!절대 그러지 마!!!! 내가 용기내서 잘 할게!!! 이제 안 울고 걱정 안 할게!!!"


..내가 토성이 엄마한테 따져야겠다고 전화기를 켜는 시늉을 하자 딸아이는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정신을 차려 날 말렸다. 그리고 다음 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등교했으나 막상 토성이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고 별님이 달님이 소록이 모두 토성이가 놀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는 사실도 잊은 것 같았다. 이제 토성이 뿐 아니라 모두 같이 친하게 질 지내게 됐다며 해맑게 웃는 딸-


그래. 경청과 공감, 위로는 적당히 해야겠구나.

마냥 그것들을 반복하다 보면.. 상대방은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만다.

처음에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았다면, 최대한 빨리 툭툭 털고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해결해야 한다. 즉.. 직면과 문제 해결.


다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경청과 공감이지만,

이미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직면이다.

두 가지 모두가 아이를 성장시킨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둘 중 어느 하나만 지나치게 과해서도 안 된다.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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