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따라 하다가 월세까지 받게 된 과정-4
정리와 청소에 관한 책들을 읽고 다시 보게 된 나의 공간
2020년 초, 우리 모두가 강제로 집 안에 갇히기 시작했다.
집순이인 사람도 밖순이인 사람도 예외는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너도 나도 재택근무를 했다. 유치원에 입학해야 하는 우리 딸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우리 부부도 뜻하지 않게 집에 남았다.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 택배로 온 학습꾸러미로, 나와 남편은 줌 수업으로 교육활동을 했다.
집에 머무르다 보니 자꾸만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방치하고 회피했던 물때, 인테리어 소품들에 쌓여 있는 먼지, 입지도 않는 옷들로 가득 찬 붙박이 옷장, 어디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는 수납장들, 이제 쓰지 않는 아기용품과 장난감들 등등.
나름대로 이 거슬리는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행주로 닦고 뒤엉킨 물건들을 다시 종류별로 분류해 담았다. 하지만 그때뿐, 먼지는 다시 쌓였고 물건들은 다시 뒤섞였다. 물건의 가짓수가 많은 만큼 아무리 새롭게 분류하고 정리해도 어수선하고 너저분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비싸게 주고 산 젖병소독기, 유아 트램펄린과 미끄럼틀, 각종 원목 장난감도 집안 곳곳에서 공간을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젖병은 사용하지 않지만 칫솔이나 식기 소독하기에 좋았다. 원목 장난감들은 생각보다 우리 딸 취향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가지고 놀 것도 같았다. 가뜩이나 움직임이 적고 내성적인 우리 딸이 그나마 트램펄린이나 미끄럼틀이 있어야 활발히 놀 것 같았다. 책장 가득 차다 못해 넘쳐서 책장 위에까지 세워둔 그림책들은 언젠가는 우리 딸이 읽고 유익한 지식으로 소화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못 찾고 나뒹굴었다.
옷장의 옷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블라우스는 너무 독특한 디자인이라 평소에 입지 않지만 언젠가는 입을 것 같았다. 이 치마도 너무 짧아 종아리가 통통한 내게 지금은 어울리지 않지만 종아리를 가늘게 만들면 언젠가는 입을 것 같았다. 이 코트는 품질이 좋지 않아 보풀이 일어나지만 그냥 집 근처 돌아다닐 때 입으면 될 것 같았다. 이 신발도, 이 모자도, 이 가방도...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유용하게 쓸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붙박이장 옷장은 부부가 쓰기에 아주 넉넉한 크기인데도 꽉 차서 터질 것 같았다.
화장품들도 그랬다. 샘플들이 쌓여 있지만 샘플은 샘플대로 여행할 때 사용하니까 남겨 두고 새 화장품을 구매했다. 평소에는 색조화장을 잘하지 않지만, 음.. 내가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예쁜 색조화장을 못해서 그렇지 언젠가는 예쁘게 색조화장을 하고 다닐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두 번 사용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섀도,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색깔별 립스틱, 블러셔, 굵기별 브러시 등이 쌓여 있었다.
그러던 와중 운명처럼 곤도 마리에 작가님의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접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정리와 청소를 깔끔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성향이라고 여겼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고 타고나게 깔끔하며 손재주가 있는 사람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도서관에 갔다가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사는 공간 여기저기가 어수선하고 너저분하다고 여기던 터라 그랬나 보다.
정말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도 책으로 잘 배워 실천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일주일에 걸쳐 조금씩 읽어야지 했는데, 그대로 책에 빨려 들어가듯 읽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 날 또 도서관에 가서 곤도마리에 작가님의 정리에 관한 책들을 대출했다. 그 책들도 단숨에 읽은 후, 우리나라 작가님들이 쓴 정리에 관한 책들도 읽어나갔다.
정리와 청소에 관한 책을 대략 10권 정도 읽으니, 우리 집이 왜 아무리 정리하고 청소해도 너저분한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있었다.
정리와 청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내게 행복이나 유용함을 주지 않는 물건들은 미련 없이 버리기'였다.
당장 그날부터 하루에 수납공간 한 군데씩, 진정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매번 하던 단순 분류가 아니라, 큰 결심을 하고 많은 물건들을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