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따라 하다가 월세까지 받게 된 과정-5
거실은 북카페로, 서재는 홈시어터로
딸아이와 함께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거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부분을 거실에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가장 어수선했다, 거실을 보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너무 커서 딸아이의 방에 들어가지 못한 아기미끄럼틀, 트렘폴린이었다. 색깔도 요란한 원색에다가 조악한 아이 놀이기구들은 산 지 1년이 지난 무렵부터 기스가 나고 색이 바라고 나사가 풀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보기에도 더 지저분했다.
딸아이가 4살때 구입한 것들이지만 이제 6살이 되는 딸은 아기 미끄럼틀보다 놀이터 미끄럼틀을 더 재미있어하기 시작했다, 더불에 트렘폴린을 타는 횟수도 점점 줄어서 이제 뛰어노는 놀이기구가 아닌 그림책을 읽거나 인형놀이를 하는 평상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이 정말 간단하게 중고거래로 처분할 수 있었다.
거실에서 알록달록한 놀이기구들이 사라지자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은, 넓은 집으로 이사온다고 들떠서 샀던 64인치 커다란 스마트TV와 그것을 받치는 거실장이었다. 거실장은 2개가 세트여서, TV를 받치는 것 이외에도 용도가 뚜렷하지 않은 거실장이 한 개 잉여로 더 있었다. 딱히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곳에 수납공간이 있으니 이사올 때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을 일단 넣어두었다. 그리고 몇 년간 그곳에 무엇이 들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지냈다.
우리집에서 TV는 거의 틀지 않았다. 딸아이가 깨어 있을 땐 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책을 읽으며 놀았고 나는 딸아이가 잠들면 책을 읽었다. TV는 주로 남편이 밤애 유튜브로 영화를 보는 용도였다. 거실 한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잡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거실 옆에 서재방이 있었는데 가장 작은 방이었다. 딸아이의 책과 우리 부부의 책을 모두 꽂기 위해 책장이 많았다, 새로 사기도 했고 친정집에 있던 것을 가져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서재방에 책상과 의자를 놓으니 책장이 다 들어가지 않아 책장 일부가 거실에 있었다. 서재가 좁다 보니 답답하여 나도 서재의 책을 가지고 나와 거실 쇼파에서 책을 읽곤 했다.
어차피 서재의 구실을 못 하는 방이니 남편을 위한 홈시어터를 만들기로 했다. 서재의 책장, 책상, 의자를 모두 빼고 그 작은 방에 TV, TV를 받치는 거실장 작은 것 1개, 쇼파만 놓자 작은 방이 꽉 찼다. 서재로서 그 방은 너무 작아 답답했는데, 홈시어터가 되자 오히려 큰 TV로 꽉 찬 방은 1인 영화관같은 아늑함을 주었다. 남편은 너무 좋다며 뛸듯이 기뻐했다. 나도 가끔 유튜브를 보며 운동할 수 있도록 그 작은 방에 매트만 가져다 놓았다. 딱 매트를 펴자 공간이 마치 테트리스를 쌓듯 꽉 찼다. 홈시어터 겸 홈트레이닝 공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서재방은 없어졌지만 거실을 서재로 만들었다.
용도를 알 수 없던 나머지 거실장은 중고거래로 비우고, 그 안의 물건들도 대부분 몇 년간 찾지 않은 잡동사니들이라 비웠다. 그 중 옛날에 쓰던 일기장, 액자들이 있었는데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사진으로 찍어 파일로 저장했다. 그러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비울 수 있었다.
TV, 놀이기구, 쇼파가 없어진 자리에 서재에 있던 책장들을 넣었다. 책상과 스터디의자를 놓는 대신 중고거래로 비우고, 주방 옆에 있던 식탁과 의자들을 책장 반대편에 놓았다. 주방 옆에 있던 식탁들도 거실로 가져오니 주방과 거실을 합친 공간이 오히려 훨씬 더 넓어 보였다. 거실에 책장들과 식탁, 의자만 있게 됐다. 탁 트인 서재거실이 됐다. 베란다 창 밖 산이 보여 전망도 훌륭한 북카페로 변신했다. 딸아이가 잠든 시간 나는 거실에 은은한 뉴에이지 피아노음악을 틀고 책읽기에 빠져들었다. 매일 저녁 북카페에서 책을 읽을 생각만으로 설렐 수 있었다.
집에 들어서면 맨 먼저 보이는 곳은 거실이다. 예전에는 이 거실에 빈 공간이 많으면 허전한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거실 벽이 비어 있으면 아무 액자나 달았고, 내 취향도 아닌 아무 물건이나 가구도 놓았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거실에 빈 공간을 만들자 오히려 집이 훨씬 넓어 보였다. 그냥 무늬도 액자도 없는 하얀 빈 벽은 허전하기보다 탁 트인 느낌을 주었다. 거의 절반을 비운 거실은 마음의 여유와 안정감을 주었다. 딸아이가 잠든 나만의 휴식 시간에 진정한 휴식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