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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하마 Jun 01. 2024

미니멀라이프 따라하다가 월세까지 받게 된 과정-6

퍼스널컬러 진단 후 안방의 붙박이 옷장과 화장대 비우기

  넓은 집으로 이사하며 가장 설렜던 것은 12자로 짠 붙박이 옷장과 널찍한 화장대 공간이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넉넉했던 옷장도 막상 사오면 입기 곤란한 옷들이 쌓여갔고, 먼지도 더불어 뽀얗게 일어났다. 화장대에도 나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들이 갈팡질팡 굴러다녔다. 더이상 설레지 않은 공간들이 돼 버렸다.


옷도 화장품도 그렇게나 많은데 막상 매일 입고 갈 옷이 없었다. 화장을 해도 얼굴은 어딘가 칙칙해 보였다.


  정리법을 공부하며 곤도마리에님의 책을 보니, 그 분은 옷도 본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 한 가지(원피스에 가디건), 색깔 몇 가지를 정해 계속 입는다고 하셨다. 처음엔 단조로웠으나 오히려 본인만의 시그니쳐 스타일이 되며 매력을 살려 주는 요소가 됐다고 한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로.

  정리하는 와중에 그 부분을 읽으니 내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난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대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평소 쇼핑을 하면 실패하는 빈도가 참 많았기에 꾸밈 쪽에는 워낙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학창시절 공부하듯 관련 정보를 찾다가 '퍼스널컬러'라는 개념을 알게 다. 퍼스널컬러 진단을 전문적으로 해 주는 샵이 있었고 진단 결과 나는 '여름 쿨톤 화이티시'였다,


여룸쿨톤 화이티시의 경우 일단 쿨톤이었기에 노란 톤과 붉은 톤은 피해야 했다. 대신 시원한 느낌을 주는 푸른 색, 은색, 흰색이 나를 더 화사하게 만들었다.


쿨톤도 여름과 겨울로 나뉘는데, 나는 여름쿨톤이었기에 원색이나 진한 색은 피해야 했다. 그리고 색 대비가 크거나 무늬가 너무 튀고 진한 옷도 좋지 않았다. 원색 대신 파스텔톤, 밝은 색, 무늬가 없고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이 가장 어울렸다.


여름쿨톤도 화이티시, 페일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나는 화이티시였기에 무조건 흰 색에 가까운 파스텔톤 옷이 어울린다고 했다. 흰 색이 베스트이며, 색감을 주고 싶으면 시원한 색 물감을 흰 물감에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연한 파스텔 라벤더, 연한 하늘색,  베이비핑크색 정도가 좋다고 했다.

 옷 뿐만 아니라 메이크업과 엑세서리도 심플하고 밝으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나에게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메이크업도 주로 피부톤을 화사하게 보정하는 정도가 좋고 진한 색조화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껏 충동구매한 색조화장아이템들이 모두 실패한 이유였다. 그리고 웨딩메이크업때도 나는 색조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더니 평소보다 짙은 화장이었는데도 잘 어울렸다. 색채는 덜어내고, 피부톤만 밝게 해야 했다. 립도 진한 색보단 원래 입술 색과 큰 차이가 없는 자연스러운 핑크색이 어울린다고 한다.

  충동구매한 조악한 악세서리들도 대부분 내 얼굴 주변에서 동동 뜨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튀거나 큰 악세사리 자체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쿨톤 화이티시는 실버, 화이트톤의 아주 작고 심플한 귀걸이가 베스트였다. 골드나 색이 화려한 것은 오히려 얼굴이 악세서리에 파묻힌 느낌을 준다.


퍼스널컬러 진단은 내 스타일링에서 신의 한 수였다.


옷장을 열어 미련 없이 조악한 옷들을 정리했다. 노랗고 붉은 기가 도는 옷, 너무 타이트하거나 오버핏으로 튀는 옷, 무늬가 너무 진하고 튀는 옷들이 정리 1순위였다. 정리하다 보니 용기가 생겨 보풀이 많이 일어난 옷, 촉감이 부드럽지 않고 불편한 옷들도 미련 없이 비울 수 있었다. 꽉 차서 터질듯하던 옷장은 점점 여유가 생겼고, 여백이 생기자 모든 옷이 한 눈에 들어와서 입을 옷을 고르기 수월해졌다. 남겨진 모든 옷들이 나에게 찰떡인 옷들이라고 생각하자 옷장 앞에 설 때마다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연한 색의 기본핏 상의에 청바지'가 나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됐다


화장대 서랍도 모두 열어 실패한 화장품들을 정리했다.색조화장품들이 정리 1순위였고 베이스 제품도 라벤더베이스만 남기고 모두 비웠다. 기초화장품들도 구매한 지 1년이 지난 것들은 본품과 샘플을 가리지 않고 비웠다. 그렇게 메이크업제품은 기본에 충실한 선크림 1개, 라벤더베이스 1개, 내 피부톤보다 약간 밝은 베이지색 파운데이션 1개, 투명파우더 1개, 약간의 자연 입술색이 도는 립밤 1개만 남겼다. 기초화장품은 아이크림 1개, 영양크림 1개, 핸드크림 1개, 바디크림 1개만 남겼다. 어수선했던 화장대가 깔끔해지다 못해 텅 비었다. 이 정도면 화장대가 없어도 되겠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구비된 제품이 단순해지자 매일 아침 화장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그런데도 이전보다 얼굴이 더 화사하게 빛났다.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회춘했다", "안색이 좋아졌다"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


옷장과 화장대라는 물리적 공간을 정리하자, 내 삶 전체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매일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메이크업으로 꾸몄다고 생각하자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스타일링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늘 내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했는데, 이제 내 자신을 스타일링하는 것에는 자신감이 생겼다. 남의 시선에 신경이 덜 쓰였다.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로 충분히 잘 꾸몄다는 생각에.


그렇게 정리하는 재미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미니멀라이프는 예민하고 내성적인 나와 정말 잘 맞았다. 어딘가 어수선하고답답했던 내 삶에 한 템포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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