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도 기본에 충실할 걸

꾸밈도 기본에 충실할 걸

by 책하마

20대 초반부터 꾸밈에 관심은 많았지만 소질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따라했다.


메이크업을 잘 하는 친구가 추천해 준 제품으로 화장했다.

머리숱이 없으면 풍성한 펌을, 곱슬머리라면 이걸 정돈해 주는 매직스트레이트를 하라고 해서 둘 다 해봤다.

옷을 살 때 옷을 잘 입는 친구들을 따라 사 봤다.


그런데 왜 묘하게 어설프고 촌스러울까.

친구들도 나도, 평범한 외모였다. 물론 배우나 특출나게 예쁜 친구를 따라했다가 실패한 것이라면 납득이 되는데. 오히려 나와 키도 체형도 비슷한 친구들을 보고, 쟤 참 잘 꾸민다 세련됐다 싶어서 흉내를 내봤는데.. 친구들은 잘 소화해 내는 것 같은데 난 왜 어색하지. 뭐가 다른 것일까.


메이크업 제품을 더 추가해 볼까. 아이라인을 덜 그려서 그런가. 눈썹을 붙여야 하나. 하지만 하면 할수록 더 어색해졌다.

다이어트를 해 볼까.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늘리며 몸무게를 줄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너무 싼 옷을 샀나. 조금 가격대가 나가는 브랜드 옷을 사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미용실을 바꿔 볼까. 돈만 더 들고 효과는 미비했다.

그렇게 30대 중반까지도 답을 찾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깨닫게 됐다.


바로, 꾸미기 전 기본 베이스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


기본 베이스란 타고나게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예뻐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조금만 신경쓰면 관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피부의 기본 베이스-

피부를 화사하게 하려면 메이크업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각질을 제거하고, 수분팩을 하며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

그리고 자외선은 기미, 잡티의 주된 원인이므로 2-3시간에 한 번씩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는 것.

잡티를 완벽히 가리는 것이 아니라 피부톤을 밝게 하는 정도로만 얇게 화장을 하고,

매일 아주 꼼꼼하게 세안을 하여 메이크업을 완벽히 지우고 잠자리에 드는 것.

이 모든 관리는 특정 고가의 제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로드샵에서 파는 기본 선크림, 베이스, 필링젤, 수분팩 등으로도 충분하다.

화장이 어딘가 들떠서 얼굴과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각질관리와 보습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였다. 피부톤이 묘하게 칙칙했던 것은 잡티와 기미를 관리하지 않고 그걸 가리기 위해 컨실러를 자꾸 덧벌라서였다. 어설픈 메이크업 대신 주기적으로 필링젤로 각질을 없애면서 수분팩이나 해줄 걸. 자외선 차단 제품(썬크림, 비비크림 등)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2-3시간마다 얇게 펴바를 걸. 피부는 한 번 커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때부터 장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했어야 했다. 30대 중반이 지나서야 그걸 알고 뒤늦게라도 실천하고 있는데 오히려 칙칙하게 메이크업을 하던 20대때보다 지금 피부톤이 더 밝아 보인다. 지금 나는 잡티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선크림을 정말 열심히 바르고, 피부톤을 밝게 해 주는 메이크업베이스만 살짝 덧바른다. 퍼스널컬러진단까지 했더니 나에게 맞는 연보라색 베이스를 찾을 수 있어서 효과가 더 좋다. 잡티를 완전히 가린 무거운 메이크업보다, 잡티가 조금씩 보여도 피부톤만 밝힌 가벼운 메이크업이 내게 더 잘 어울린다.


헤어의 기본 베이스-

머리 모양을 바꾸기 전에 두피와 머릿결부터 관리하는 것.

두피에 각질이 없도록 주기적으로 두피 케어를 하고,

머리카락이 푸석해지지 않도록 샴푸 후 충분히 트리트먼트를 해 주고, 드라이 전 헤어 에센스 제품을 발라주는 것.

중학교 때부터 컴플렉스였던 곱슬머리를 펴기 위해 메직스트레이트를 주기적으로 했었다. 영양을 추가해서 시술해도 점점 머릿결은 얇아지고 푸석해졌다. 그러니 머리숱이 더 없어 보였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웨이브펌을 했는데 기대했던 찰랑찰랑한 웨이브는 나오지 않았다. 푸석한 상태에서 웨이브가 들어가자 파뿌리처럼 더 부스스하고 지저분해보였다. 머리띠를 해도, 반묶음을 해도, 심지어 머리를 그냥 묶어도 잔머리가 부스스하게 나와 도무지 자리가 잡히질 않았다. 그렇게 펌도 해보고, 매직스트레이트도 해보고, 그냥 단발도 해보고... 머리스타일을 많이 바꿔봤지만 늘 어설펐다. 그러다 30대가 되어 우연한 계기로 두피 각질 관리를 받게 됐고, 그곳에서 꾸준히 트리트먼트 제품을 사용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더불어 두피나 헤어에는 따뜻한 물이 좋지 않으니, 미지근하거나 찬 물로 머리를 감아야 한다는 처방과 함께-

이제껏 귀찮다는 핑계로 샴푸만 하고 린스나 트리트먼트는 잘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매일 샴푸 후 트리트먼트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머리의 물기가 마르기 전 헤어에센스를 발랐다. 1-2주에 한 번씩 두피 각질관리도 홈케어로 했다. 트리트먼트, 헤어에센스, 두피각질제거제 모두 특정 제품만 고집한 건 아니었다. 로드샵 제품 아무거나 썼다. 머리카락에는 뜨거운 물이 닿지 않도록 겨울에도 조금 찬 물로 머리를 감았다.

그렇게 단순하지만 꾸준히 관리를 하니 몇 개월 지나자 푸석함이 덜해졌다. 그리고 머리카락도 덜 빠졌다. 머리카락이 부스스한 느낌이 없어지자 별다른 펌을 하지 않아도 머리모양이 차분했다. 이후 혼자 손질하기 좋은 단발머리를 유지하며 가끔씩 미용실에 가면 앞머리 컷트와 헤어클리닉만 한다. 머리의 모양보다는 머리카락이 얼마나 차분하고 윤기가 나는지 관리하자, 펌을 하지 않고 아침에 머리를 잘 말려 빗어주기만 해도 자연스러운 단발머리가 유지됐다.


옷 스타일링의 기본 베이스-

무작정 마른 몸이 아니라 적당히 건강하고 탄탄한 몸 유지하기

그러기 위해선 무작정 적게 먹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다(다이어트에 관한 후회막심 스토리는 다음편에 자세히 적을 예정).

그리고 남들이 입어서 예뻐보이는 옷을 무작정 입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색깔과 디자인인지, 핏이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기.

잘 꾸미는 사람들은 화려한 디자인, 색깔 옷을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그들은 그에 맞는 분위기를 갖추고 메이크업을 했기에 잘 어울렸던 것이다. 수수한 분위기에 메이크업까지 잘 못하는 나에게는 화려한 색과 디자인이 어울리지 않았다. 뭔가 밋밋한 기분이 들어 색감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바꿀수록 묘하게 촌스러워지기만 했다. 30대 후반에 들어서야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으며 스타일링 조언을 들었고, 그에 맞게 연한 파스텔톤으로 심플한 디자인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악세서리는 콩알만한 진주귀걸이 딱 하나. 핏도 너무 타이트하거나 오버핏은 피하고 레귤러핏을 입었다. 우려와 다르게 꾸밈의 요소를 다 덜어냈는데도 초라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련돼 보였다.

이렇게 내게 어울리는 옷들만 남기니 옷의 가짓수가 대폭 줄었다. 그러면 입을 옷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날 뭘 입어야 할지 한 눈에 보였다. 그리고 옷들이 눈에 잘 띄다보니 보풀이나 실밥을 관리하기도 용이했다. 다림질도 더 정성껏 하게 됐다. 같은 옷이어도 보다 깔끔하게 입게 됐다. 깔끔하게 관리해 옷을 입으니 옷 테가 살아났다. 옷감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옷을 살 때 아무 옷이나 사지 않게 됐다. 충동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러 벌 사는 대신, 티셔츠 한 벌을 사더라도 매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만져본 옷을 샀다. 너무 저렴한 옷은 피하고, 고가의 브랜드가 아니어도 옷감이 탄탄하고 부드러운 옷을 골랐다. 옷감을 보다 보니 나에게는 아무리 고급지고 비싸도 광택이 많은 실크나 복슬복슬한 앙고라, 밍크, 니트류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순면보다는 면과 폴리에스테르가 섞여 적당히 탄탄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옷을 고르게 됐다.


30대 후반이 돼서야 기본에 충실하여 나를 꾸몄고, 20대때보다 더 세련돼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내가 봐도 그렇다. 물론 20대의 특유의 상큼함이나 피부 탄력은 이제 없지만 꾸밈에 있어서는 지금이 훨씬 낫다. 진작에.. 한창 예쁘던 20대에 남들 따라하지 말고 나한테 어울리게 꾸밀 걸. 그러면 특유의 젊음과 싱그러움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이것도 후회만 하는 것보다.. 이제라도 내가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알게 됐으니 다행이다. 이제 남자들에게 대시를 많이 받는 예쁜 아가씨는 못 되더라도.. 우리 딸 학교 학부모 반모임 할 때 꽤 세련된 엄마라는 소리는 들어 봐야겠다.

이전 05화어른들 말을 너무 잘 듣지 말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