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되는 이유

학폭 가해 학생들을 혼낼 때 했던 말

by 책하마

안녕 얘들아. 나는 1층 **교실(특수학급) 선생님이야.

**교실은 장애로 등록한 학생들만 오는 곳이 아니란다. 다양한 이유로 제 학년에 맞는 정규 교육과정을 학습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을 받는 곳이야. 이런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있어서 친구들의 이해와 도움이 종종 필요하단다. 그런 친구들을 선생님이 보호하기도 하거든. 그런데 너희가... 도와주지는 못 할 망정 그런 친구를 괴롭혔다고 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네.


당연히, 친구를 괴롭히면 안 돼. 너희도 알지?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을 거 아냐. 왜 안 된다고 알고 있어?

그건 나쁜 짓이라서? 그러면 나쁜 사람이니까? 그래 맞아. 하지만 그런 말들이 너희의 현실에 크게 와닿지 않았으니 이렇게 재미삼아 친구를 괴롭혔겠지. 하지만 나는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되는 이유'를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주려 해.


세상에는 다양한 집단이 있지.

아직 너희는 학생이니까 경험해 본 집단은 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나 학원 정도겠지. 힘도 세고 목소리도 크고 활달했던 너희는 운 좋게 학교라는 집단에서는 '인싸'라고 불리울 수 있었을거야. 내 맘대로 행동하고 까불어도 선생님들한테 가끔 혼나는 것 말고는 크게 제약이 없었겠지.

배려심 많고 따뜻한 학생들보다 목소리 크고 힘센 학생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기가 쉬운 학교라는 집단. 아직 성숙하지 못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도덕성의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한 미성년 학생들이 대거 모여 있어서야. 그래서 늘 소란스럽고, 정글 같기도 하지.

이런 학교라는 집단에 정말 적응하기 어려운 친구들이 있어. 바로 타고난 감각이 예민하고 여린 친구들. 같은 소리가 나도 더 크게 들리고, 같은 경험을 해도 더 강하게, 섬세하게 느끼는 친구들. 이 친구들은 타고나길 그렇게 태어났고, 생각보다 이런 친구들은 많아. 이런 친구들이 학교라는 집단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도움과 배려가 좀 필요해. 학교 구성원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좀더 배려할 필요가 있단다. 왜? 그래야 착한 거니까? 아니. 현실적인 이유로 말야.

성인이 되면 학교 이외에도 다양한 집단에 속하겠지. 대학교의 학과, 동아리, 스터디모임, 군대, 직장, 동호회 등등.. 이런 집단들은 지금 있는 고등학교랑은 또 다른 집단이야. 집단의 성격도 다르겠지. 그런 집단에서는 너희가 지금처럼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 학교 집단에서 잘 못 지냈던 사람이 다른 집단에서는 또 엄청 잘지내기도 하고 말야. 실제로.. 선생님 학창시절 반에서 최고 인싸였던 애들이 졸업하고 나서는 사회생활을 잘 못하고 겉돌기도 하더라. 근데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던 애들이 직장에서 팀을 주도해 일도 잘하고 인기도 많기도 하고 말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면서 어느 집단에서 어떻게 지내게 될지 아무도 몰라. 너희가 학교에서는 약자가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 군대에서, 직장에서, 동호회 등등에서는 충분히 약자가 될 수도 있어. 그 집단 성격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사실 살다 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몸과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니까.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 지 아무도 모르는거야. 그래서 일단은 집단 내에서 약자일수록 도와주고 배려애야 해. 그 대상은 지금은 내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내가 될 수 있거든.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인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법을 만드는 거야. 일종의 보험인 셈이지.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리고 얘들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감히 겁도 없이 친구를 괴롭혀?

잘나가던 사람들이 과거 이력이 까발려지면서 나락가는 사례는 무수히 많이 보지 않았니? 나는 유명인이 되지 않을 거라 괜찮다고? 몇 년 전쯤 학폭 피해 입었던 사람이 SNS에 가해자 신상공개 했던 사건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단다. 그 피해자도, 가해자도 유명인들이 아니라 그냥 일반인들이었어. 그럼에도 그 사실은 널리 퍼져서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던 사람들의 직장에, 가족들에게 알려졌지. 가해자였던 사람들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신뢰가 깨져버렸겠지.

너희는 이런 일들로부터 안전할 것 같니? 누가 그렇게 보장해? 왜 겁도 없이 누굴 괴롭히니? 요즘 세상에 나쁜 짓을 하면 각종 매체에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야. 니네가 괴롭힌 그 친구가, 친구의 가족이, 혹은 조용히 있던 우리 학교의 누군가가 나중에 너희의 행각을 공론화하지 못할 거라는 법이 있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고소야 할 수 있겠지만 뭐 그런다고 너희 과거 행각이 덮어질까? 이미 그 행실은 더 널리널리 퍼졌을 테고 너희는 매우 적나라하게 비난받게 될 거야. 게다가 그 괴롭힌 친구가.. 평소 학교생활에서 도움과 배려가 많이 필요한 약한 친구였다면? 그런 친구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괴롭혔다면... 어느 누가 너희랑 함께하려고 할까? 너희가 직장생활을 하다가, 혹은 결혼해서 잘 살다가 너희의 이런 못된 짓이 뒤늦게라도 발각돼서..직장에도 너네 배우자나 자녀한테도 다 알려진다면??


너희가 한 짓이 얼마나 심각한 짓인지 알겠지. 친구를 괴롭한다는 게 얼마나 요즘 세상에서 미련한 짓인지 알겠지.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하긴, 이렇게 하는 수 밖에 없어.


첫 번째, 너네가 괴롭한 그 친구랑 친구 부모님께 싹싹 용서를 빌어.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하고 말야. 그리고 어떤 처분이 내려지든 토 달지 말고 기꺼이 벌을 받아라.

두 번재, 살면서 다시는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다짐해. 지금 그나마 너희가 학생이라 '학폭'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성인이 돼서 누군가를 이렇게 괴롭혔다면.. 정도에 따라 직장 내 징계를 받거나 짤릴 수도 있고, 형사처벌로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내거나 심지어는 구속 감이라고. 평생 못 지우는 빨간 줄이라고!! 사회적인 평판도 그냥 매장일 테고 말야. 이렇게 학창시절에 뼈져리게 깨닫고 속죄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길 바란다. 그 못된 마음을 고쳐먹지 못하고 성인이 돼서도 그러면... 그 책임은 오롯이,. 너희가 아주 뼈아프게 져야 한다.

세 번째, 학교든 군대든 직장이든.. 어딜 가나 너희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존재해. 거슬리고, 꼴 보기 싫고. 그런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냐.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를 싫어할 수는 있어. 하지만 적어도 티는 내지 말아야지.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냥 조용히 거리를 두고, 안 어울리면 돼. 대놓고 싫은 티 팍팍 내고, 괴롭히고 따돌려서 그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은 절대로 하면 안 돼. 요즘 같은 세상에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사면.. 너희는 분명히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거야. 명심해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각보다 해로운 것 - 경청과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