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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16. 2021

두류공원 여울길 산책

엄마와 뚜리 뚜바

 주말에 엄마와 함께 운동을 하기로 했다. 가까운 두류공원을 찾기로 한다. 편안한 운동화 한 켤레를 장만했다. 성당못 앞에서 시작했다. 엄마는 성당못 앞의 벤치에 앉아 있는 걸 좋아했다. 연꽃도 구경하고 못 속의 오리 떼도 눈 속에 담았다. 무엇보다 도로가로 지나다니는 버스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파란색 버스가 지나간다. 이번엔 엠블란스가 앵앵거리며 지나간다.”

나는 곁에 앉아서 버스 번호를 물어보았다. 엄마는 버스 번호판을 읽기 시작했다,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발견하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치매환자들은 낯선 환경들에 불안해하고,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는 편이다. 엄마는 엠블란스를 탄 경험 때문인지 유독 엠블란스에 관심을 보였고, 몇 대가 지나가는지 숫자를 세기도 했다. 벤치에 앉아서 차들을 넋 놓고 바라보는 엄마는 흡사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 같았다. 

 우레탄 길을 걷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와 보폭과 맞지 않으나 천천히 기다려 준다. 금용사를 옆의 숲 속으로 들어선다. 나무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얀 구름이 떠있다. 소나무향이 코끝에 스친다.

 인물 동산에 도착할 동안 엄마는 깨나 힘들어한다. 벤치에 앉아서 쉬어가기로 한다. 건너편 휴게소에서 율무 한잔을 뽑아서 내밀자 엄마는 달게 마신다. 난 엄마가 쉴 동안 이상화의 인물상과 시비도 보고, 현진건 문학비도 찬찬히 읽어본다. 벤치가 많이 조성돼 쉬어 갈 수도 있고, 철마다 다르게 꽃도 피어서 내가 두류공원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장소다. 

 엄마가 더 이상 안 가겠다고 포기 선언을 해도 달래고 달래서 걷는다. 길가엔 개나리, 철쭉, 무궁화, 동백꽃들이 철마다 피어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산책 사람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다. 속도는 다르지만 같이 걷는 기분이다. 엄마는 다른 사람에 비해 세 배의 시간이 걸렸으나 뿌듯한 표정이다. 다음 주말에도 함께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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