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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일기-43화(ADHD 진단 후)

ADHD 진단을 받은 뒤부터 편입학까지

by 겨울방주

2022년 11월 11일 금요일 날씨: 맑음


병명: ADHD


복용한 약 종류: 콘서타 OROS서방정, 브린텔릭스정, 인데놀정, 아티반정


투여로 인한 부작용: 졸음


아침에 일어나서 아버지께 따뜻한 물을 끓여 드린 뒤 쉬다가 밥을 먹고 30분 후에 약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쉬다가 어머니랑 떡을 사 와서 가족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잠시 있다가 오후에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면서 계란 한 판과 과자를 사 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쓴 다음 영어 회화, 법전을 필사하고 일기를 쓴 뒤에 독서를 할 예정입니다. 정독은 실패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걸으면서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을 인용하면서 불의한 일도 그냥 참고 견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글만 보면 그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시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대립은 심했습니다. 소피스트들은 소크라테스의 인지도나 명예를 떨어뜨릴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바라는 최고의 결과는 소크라테스가 외국으로 망명하는 것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러한 그들의 불의에 응하지 않고 그 명언을 남기면서 당당히 죽음에 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명언은 오히려 불의에 항거하는 명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아니 제 피의 본능이 그러한 불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한들, 저는 제 자신이 정의롭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고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오늘의 기분은 평이했습니다.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날씨: 비


병명: ADHD


복용한 약 종류: 콘서타 OROS서방정, 브린텔릭스정, 인데놀정, 아티반정


투여로 인한 부작용: 졸음


아침에 쉬었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고 쉬었습니다. 점심은 먹지 않았습니다. 계속 쉬다가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씻고 일찍 저녁을 먹고 조금 뒤에 약을 먹을 예정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고 싶진 않습니다. 그나저나 괴로울 뿐입니다. 빨리 일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오늘 저녁은 비빔국수를 먹었습니다. 먹고 나니 배가 부릅니다. 조금 뒤에 약을 먹고 쉬어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내일은 주일입니다. 예배를 드리러 가야 합니다. 다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저 무겁습니다. 조금 괴로운 감이 있으나 이전보다는 덜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이른 저녁에 비빔국수를 먹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이 일기를 마무리하고 약을 먹어야겠습니다. 오늘의 기분은 우울합니다.



2022년 11월 13일 일요일 날씨: 맑음


병명: ADHD


복용한 약 종류: 콘서타 OROS서방정, 브린텔릭스정, 인데놀정, 아티반정


투여로 인한 부작용: 졸음


아침에 쉬었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고 쉬다가 씻고 교회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왔습니다. 어제 비가 왔었는지 땅이 축축합니다. 어제 일기를 썼을 때는 맑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제저녁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었고, 그것이 밤새도록 내린 모양입니다. 다행히 오늘은 맑은 날입니다. 집에 와서 씻고 밥을 먹은 뒤 영화를 보았습니다. 계속 쉬다가 저녁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내일도 일자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맛있는 것을 점심, 저녁 내내 먹었으니 배가 부릅니다. 내일은 조금 양을 줄여야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패닉바잉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인간의 탐욕? 욕심? 시기? 패닉바잉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든 그것으로 인해 벌어진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패닉바잉을 했던 사람들도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의 기분은 조금 우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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