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주 소설] 뽀삐의 일기 91화

뽀삐는 과거, 학부생 시절, 아르바이트생 시절을 회상했어요!

by 겨울방주

안녕하세요! 지금의 듬직한 '은행강아지'가 있기 전, 2022년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나름 열심히 지내다가 2023년부터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학하여 그때부터 치열하게 법전을 품고 달렸던 '학사강아지' 뽀삐입니다!


이번 주 뽀삐의 일상은 바로, 물류센터를 수 킬로미터씩 걷느라 몸이 녹초가 되었지만, 머리는 법전과 체크리스트로 가득 채우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뜨거운 학사강아지 모드로 지냈던 한 주였습니다!








학사강아지 뽀삐 프롤로그


2025년 12월 21일 일요일 날씨: 흐림 ☁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나는 은행강아지가 되기 전까지 학사강아지로서 살았던 일들을 회상해 본다.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과거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쓰디쓴 과거일 수도 있으니까. 나의 과거가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때까지 일기를 매일 쓰는 습관을 들인 덕에 과거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역시 기록이란 것은 정말 대단하다. 잃어버릴 뻔한 기억을 복원시켜 주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자를 가진 종족이 상당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문자가 아니라 언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고 포괄적인 것이다. 아픈 가운데 나 뽀삐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본다. 학사강아지로서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의 은행강아지가 되기 전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일기로 남기는 것이 누군가 나 뽀삐의 삶을 추적했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망상 아닌 망상을 해본다. 내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어찌 되었든 과거의 일기를 보여주겠다.










2023년 02월 27일 월요일 날씨: 맑음 ☀ (과거 회상)


아침을 챙겨 먹고 잊지 않고 약을 먹었다. 오늘은 물류센터로 출근하는 날. 출고 파트에 배정되어 키오스크에 뜨는 물건들을 컨베이어 벨트에 싣는 작업을 반복했다. 무거운 짐을 드는 건 아니었지만, 넓은 센터를 계속 걷다 보니 발바닥이 꽤 얼얼하다. 1층으로 내려가 마무리 작업을 할 때는 3층보다 힘에 부쳤지만 무사히 마쳤다. 내일부터는 학교로 출근해야 하니, 오늘 밤은 독서와 공부로 머리를 식히며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2023년 02월 28일 화요일 날씨: 맑음 ☀ (과거 회상)


아침 식사 후 약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 사무 업무를 보고 돌아오니 정신적인 피로가 몰려온다. 문득 내가 겪는 이 질환에 대해 생각했다. 이건 미쳐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내과적 질환인 감기처럼 뇌 기능의 과잉이나 부족으로 생기는 것뿐이다. 그동안 약도 먹지 않고 '정신적 감기'를 달고 살았던 셈이다. 이제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내 기억과 집중력을 더 세밀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우울함에 빠지기보다 나를 고쳐나가는 일에 더 집중하자.



2023년 03월 01일 수요일 날씨: 맑음 ☀ (과거 회상)


오늘은 3.1절 공휴일.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영어 회화, 법전, 디즈니 명언을 정성껏 필사했다. 내일부터는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학부생으로서의 진짜 첫걸음이 시작된다. 교수님 사무보조 업무도 이제 혼자 해내야 한다. "이 일이 네 행정 업무의 기초가 될 것"이라던 사자 교수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오전에는 갑작스러운 분노와 망상이 찾아와 당황스러웠다. 조만간 의사 선생님과 깊은 상담을 나눠봐야겠다.



2023년 03월 02일 목요일 날씨: 맑음 ☀ (과거 회상)


학교 사무실 업무가 많지 않아 다행인 하루였다. 퇴근 후 떡국으로 늦은 식사를 하고 책을 읽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질서는 법과 정의가 아니라 '힘'에서 나온다는 문구가 가슴을 쳤다. 지금의 국제질서도 강자들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지만, 그 균열은 반드시 생길 것이다. 법학도로서 정의와 실질적인 힘 사이의 상관관계를 공부하는 건 참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한 일이다.



2023년 03월 03일 금요일 날씨: 구름 ☁ (과거 회상)


물류센터에서 집품 업무를 하며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하루였다. 근무 중에 은행 대직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일하느라 전화를 못 받아 담당자가 꽤 놀랐던 모양이다. 나중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근무 일정을 다시 확인했다. 물류센터의 소음과 고된 노동 속에서도 뽀삐의 앞날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도 열리고 있는 것 같다. 퇴근 후 씻고 나니 기분이 꽤 괜찮다.



2023년 03월 04일 토요일 날씨: 흐림 ☁ (과거 회상)


오늘 물류센터 1층 근무는 솔직히 유쾌하지 않았다. 자세한 감정은 나만의 체크리스트에 따로 적어두기로 했다. 업무로 만난 사람들과는 딱 일적인 관계만 유지하려 한다. 10년 전, 누군가와 사적인 인연으로 엮였다가 곤욕을 치렀던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직장 생활은 적당한 거리가 필수라는 걸 이제야 배운다. 이제는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지되, 불필요한 에너지는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03월 05일 일요일 날씨: 맑음 ☀ (과거 회상)


교회 예배를 드리고 돌아와 나의 정체성(Identification)에 대해 고민했다. 부모님께서 다니시는 교회와 내가 가는 곳 사이에서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싶다. 학비, 생활비, 병원비를 내 힘으로 벌기 위해 더 분발해야겠다.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고 떳떳한 '학사강아지'로 홀로서기 위해, 자격증 공부와 돈 벌기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일요일 밤이다.








이렇게 저 뽀삐의 과거를 회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