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현관문이 두 개 있었다.
두 집의 베란다를 이어 한 집처럼 지낼 수 있었지만,
현관문만큼은 그대로 두 개였다.
나는 할머니랑 둘이 306호에서 지냈고
엄마, 아빠, 오빠 셋은 307호에서 지냈다.
하지만, 306호 현관문은 할머니만 사용했고,
나는 늘 307호 현관문으로 드나들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306호 현관문을 사용하는 순간이 있었다.
아무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편의점을 갈 때였다.
아마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할머니 몰래 편의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귀가 어두워 TV 볼륨을 크게 틀어 놓았고,
덕분에 현관문만 조용히 닫으면
할머니 몰래 외출할 수 있었다.
매일 밤 10시.
아무도 모르게 밖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도착하면,
보이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골라 담았다.
무얼 고를 여유가 없었다.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마음이 급했고,
자주 보이는 내 모습을 직원이 이상하게 볼까 봐
그냥 빠르게 계산하고 나가는 게 전부였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들키기 싫었던 만큼
직원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나서는 동시에
귀신에게 쫓기듯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내 방으로 숨어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방문을 잠그고 나서야
비로소 먹기 시작했다.
과자와 빵을 마구잡이로 입에 넣다 보면
배가 터질 것처럼 불러왔고, 그 상태 그대로 누워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런 밤들이 몇 달이나 이어졌다.
어느 날, 아빠와 함께 편의점에 들렀는데,
계산하시던 분이 아빠 지인이었다.
아빠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그분은
나를 보더니 낯이 익다고 하셨다.
"어머! 너 밤마다 와서 빵 사가는 아이구나!"
결국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그 순간, 심장이 쿵쿵거렸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었기에
마치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당시 나는 스스로 그 행동을 멈출 수 없었다.
왜 폭식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꼭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행동이 먼저 튀어나왔고,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몸이 더 빨리 반응했다.
" 엄마, 아빠, 할머니...
나 힘들어요. "
그 한마디면 충분했을 텐데,
나는 감정을 억눌렀다.
아니, 사실은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그때 나를 달래줬던 건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아닌,
'음식'이었다.
과자와 빵을 입에 넣고, 씹고 또 씹으면서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려 했다.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계속 씹다 보면,
어느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음식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랬다.
14살부터 28살까지.
늘 그래왔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