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지 않기 위해 살을 빼던 아이
초등학교 시절, 과체중이나 비만인 학생들은
학교차원에서 관리대상이 되었다.
“자, 지금 호명하는 학생들은
보건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전교생이 다 듣는 스피커에서 내 이름이 불렸고,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친구들은 나를 보며 웃었고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살이 찌면 창피한 거구나'
'뚱뚱하면 놀림의 대상이 되는구나.'
한 학기마다 남녀상관없이
번호 순서대로 서서 키랑 몸무게를 쟀는데
내 뒷번호는 항상 남자인 친구가 있었다.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통통하다’라는 걸 알게 된 후,
몸무게를 재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뒷번호 친구에게 내 몸무게를 들킬까 봐
항상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그 조마조마함은 집에 와서도 끝나지 않았다.
"돼지야!"
친오빠가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오빠는 분명 애칭이라고 했지만, 당사자인 나는 너무 싫었다.
오빠는 내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고,
내 몸무게를 주제 삼아 장난을 치기도 했다.
친척들이 모이면 내 몸무게를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얘기하며 나를 놀리기도 했다.
나는 오빠에게 화가 났지만,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나는 마음 보다 더
이런 나 자신이 끔찍하게 싫었기 때문에
그래서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저, 살찐 내가 잘못이라는 생각과 함께
감정을 꾹꾹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중학생이 되자, 남자아이들은 좀 더 짓궂은 장난을 시작했다.
"야 종아리가 터지겠다"
반에서 제일 통통한 여자아이를 보며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그 말은 언젠가 나에게도 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빨리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처음으로 다이어트라는 걸 결심했다.
고작 14살이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나는 음식을 거부했다.
공복으로 줄넘기를 하거나,
저녁을 굶고 달리기를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다이어트에 집착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엄마에게 식품 보조제를 사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돌아온 건 엄마의 화난 목소리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아빠는 여유가 없었다.
금전적으로도,
마음으로도.
그래서 나를 살필 틈도 없었을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왜 그렇게까지 살을 빼려 했는지,
왜 보조제까지 먹으려 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누군가
단 한 번이라도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살이 찌든,
찌지 않았든
너는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나는 살을 빼고 싶었던 게 아니라,
미움받지 않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 다이어트는
몸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