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감정들
내가 처음으로 일부러 토를 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순간 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토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토를 하면 그 핑계로 조퇴를 하고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화장실로 달려가야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쉬는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종소리가 울리자 곧장 화장실로 향했고,
변기 앞에 쭈그린 채로 토가 나오길 기도했다.
‘가득 찬 음식들 빨리 뱉어내고 싶은데... ‘
가슴이 쿵쿵쿵거렸다.
기다려도 토가 안 나오자 나는 손가락을 이용했다.
검지손가락으로 혓바닥을 눌러내면서 일부러 토가 나오게 했다.
손가락에는 침과 음식물이 뒤엉켜서 더러웠지만,
더러운 줄 도 모르고 계속해서 혓바닥을 눌러냈다.
“우웩 , 우웩 ”
몇 번이고 반복했을까.
이제야 주위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헐 누가 화장실에서 토하나 봐"
밖에서 다른 친구들이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나를 걱정했다.
"달이야 너지..? 괜찮아? "
나는 친구의 말에
대답도 못할 만큼 힘이 빠져있었지만,
다행히 아까 먹었던 음식들은 다 나온 것 같았다.
더 이상 게워낼 게 없어 침만 나왔는데,
나중에는 침에 피가 섞여서 가래처럼 덩어리로 나왔다.
그냥 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했지만,
막상 피가 나오니까 손이 떨리고 무서웠다.
무서워서 나오는 눈물인지,
토를 해서 나온 눈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서 얼굴은 엉망이 됐다.
내가 토하는 소리를 들은 친구가 보건선생님을 불렀고,
선생님은 내 상태를 살펴보더니 바로 병원으로 가라고 얘기하셨다.
“속은 언제부터 매스꺼웠던 거예요? “
“혹시 최근에 혈변을 보셨나요? “
피를 토했다는 사실에 젊은 의사 선생님은 나를 심각하게 보셨다.
그리고 여러 질문들을 하면서 배를 이곳저곳 눌러보더니,
내시경을 하는 게 좋겠다면서 바로 위내시경을 했다.
하지만 위궤양이 약간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간단한 수액만 맞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일부러 토를 했다는 걸 몰랐던 의사 선생님은 계속 심각했지만,
나는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검사를 받는 동안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내 마음만은 유독 이상했다.
자꾸 쿵쿵 거리며 가슴이 뛰었고,
심장의 두근거림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빨라져 답답한 느낌까지 들었다.
거짓된 행동을 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학교생활이 힘들어서였을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불안과 두근거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의 그 감각은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다닌다.
특히 알 수 없는 가슴의 쿵쿵거림은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나는 왜 일부로 토를 하면서까지
집에 가고 싶어 했을까.
학교에 다니며 무엇이 그렇게 버거웠던 걸까.
그 이유들을 알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왜 회사에만 가면 유독 힘든 지,
왜 혼자 있을 때마다 폭식을 반복하는지,
왜 무기력함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지,
왜 그렇게까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지.
이 모든 질문의 시작은
어쩌면 그날, 화장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던
고등학교 2학년의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이 행동이 '먹토'라고 불린다는 것도,
식이장애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다만 분명한 건,
당장 집으로 도망치고 싶을 만큼
학교생활이 괴로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