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by 써앤큐

지금의 아내와 연애할 때 우리는 누군가의 결혼전 청첩장을 받는 자리에 함께 갔다가

아내가 나에게 무심한 듯이 말했다.


"당신도 우리 부모님께 조만간 인사드리러 가야해."


이 얘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마치 청혼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으로 아직 결혼 생각이 없던 나에게 이말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 지금의 장인어른, 장모님과의 첫 대면

참 많이 떨렸던 기억이 있고 한정식집에서 긴장이 되서 밥을 잘 못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결혼 13년 차가 되었다.

결혼 당시 50대 후반의 장모님은 얼마 전 칠순 잔치를 했다.


나름 용돈을 모아 장모님께 소정의 용돈을 드렸고 장모님께서는 고맙다고 하시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사실

고맙고 감사한 건 내가 더 크다.


결혼 당시 돈도 많이 없고 변변치 않은 남자를 한 번의 반대도 없이 사위로 맞이해준 장모님, 장인어른께

시간이 지났어도 항상 감사하다.

주위에 부모님께서 반대한 커플들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그 때 들었던 말과 또는 행동들에 상처를 계속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아마 반대에 부딪힌 상황에 오면 분명 이래저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

그래서 대단하지도 않은 사위를 반대없이 반갑게 맞아준 장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잠깐 지났는데 칠순이 되셨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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