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성장을 낳는다
저는 비유&치환하는 일들을 재밌어합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다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이 시리즈물을 쓰는 이유는 제가 타일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전혀 아니고, 그렇다고 타일 관련한 지식을 뽐내자고 쓰는 건 더더욱 아니죠. 한 번 더 가지를 쳐보겠습니다.
뇌과학 책에서 본 내용인데, 형제들 중에서 첫째 보다 둘째가 더욱 모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는 종의 본성 같은 것인데, 이미 첫째가 점유(?)하고 있는 포지셔닝들을 파악하고나면, 둘째는 빠르게 틈새를 공략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의 생존 이유를 보호자에게 어필하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첫째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집요하게 찾아낸다는 것이죠. 근데 첫째는 사실 '존재'만으로 새롭고 오리지날이 되는데, 그 틈새라는게 정말 없어서 (굳이 예로 들어보자면 첫째가 이미 80~90정도는 다 차지하였기에) 모험적인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심지어 셋째인데요, 첫째와 둘째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다보니 저는 항상 굉장히 매니악한 것들을 파고들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글들을 쓰는 이유는 현재 한국은 이러한 독특한 포지셔닝 전략으로 1세대, 2세대 선진국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일을하며 빠른 성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성장동력을 많이 잃고 있어 많은 전문가들이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 상황에 저는 기존의 방식과 시각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과 방법들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잃어버린 동력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데 일조를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다시 비유와 치환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1세대 선진국이 유럽이었고, 2세대 선진국이 태평양의 북미와 일본이었다면, 3세대 선진국은 인도차이나를 중심으로한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2세대~3세대 사이에 속해있는 것 같습니다.
1세대 유럽에서 한국과 비슷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국가가 저는 스페인 같습니다. 보통 영국은 일본과, 프랑스는 중국과 비견되는데 한국이 독일이냐 이탈리아냐로 많은 논쟁이 붙지만, 독일과 이탈리아는 확신의 열강이지만 한국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열강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스페인도 한때 유럽을 호령하며 대항해의 시대를 열었던 적이 있지만, 희한하게 저는 유럽 내에서 스페인의 현재모습이 한국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탈리아 타일이 좋다는 거 알지만, 스페인 타일이 괜히 잘됐으면 좋겠고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있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가 헤리티지 훨씬 많고, 일도 당연히 오래 해봤으니까 더 잘하는 거 아는데 가끔 보면 스페인에서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재밌는 사실은 이탈리아의 타일박람회 CERSAIE 에는 스페인 공장들을 포함하여 전세계 타일 브랜드들이 어떻게든 자신들의 브랜드를 홍보해보려고 틈새를 공략하곤 합니다. 최대 규모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최고의 쇼 라고 얘기할 수는 있겠습니다.
반면 CEVISAMA 에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아예 참여하지 않습니다. (간혹 1~2업체 정도 참여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자신들이 훨씬 높은 급이라는 것에서 나오는 자신감이겠죠. 그런 마인드가 비즈니스에서도 반영되어, 작년에 유행했던 "헤어지자고? 너 누군데?" 밈 처럼, 이탈리아 담당자들의 기본 비즈니스 태도는 "나랑 일해보고 싶다고? 나 이탈리아 브랜드인데?" 가 깔려있는 반면, 스페인 담당자들은 조금 더 고객지향적인 태도로 임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고압(?)적인 자세로 일하는 동안 치고올라온 브랜드가 바로 포셀라노사입니다. (저는 포셀라노사와 일하고 있지 않고, 국내에는 2~3곳의 에이전트들이 있는데 저는 주로 경쟁업체들과 일하고 있긴합니다) 포셀라노사는 미국 내 주요 도시들에 쇼룸을 오픈하였고, 이는 이탈리아 최대 브랜드라고 자부하는 회사들이 뉴욕, LA, 시카고 등 2~3곳에만 스토어를 운영하는 방침과 달리 매우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밀라노나 런던 같은 도시들에서도 포셀라노사의 쇼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1편에서 말씀드렸듯 이러한 결과물로 포셀라노사는 이탈리아 브랜드들보다 월등히 높은 실적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쇼룸이 많고, 매출이 높고가 꼭 잘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스페인의 다양한 회사들은 항상 이탈리아에 이어 두번째 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하지 않는 시도들을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에 시간이라는 팩터가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탈리아 편에서부터 지금까지를 관통하는 말이자, 최근 비즈니스에서는 거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결국은 고객". 고객의 데이터를 더욱 많이 확보하여 헤리티지를 따지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한다면 이탈리아의 아성을 스페인 타일이 넘어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도, 일본의 오랜기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중국의 엄청난 물량공세를 이겨내는 방법을 고심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