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이승기씨와 소속사의 갈등에 관련된 안타까운 뉴스를 보면서, 문득 내가 예전에 당했던 부당한 대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그랬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과거의 내가 앞뒤 조건없이 자주 사용했었던 극도로 친절한 표현들이다. 20대 초반의 나는 사회생활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하고 싶었다. 서로 말을 공손히 주고 받으면서 돈독해지고, 팀워크를 강화하면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 마음가짐과 표현들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직장 상사들이 선을 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구를 잘 들어주면 그만큼 불필요한 요구와 심지어 폭언까지 들어줘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끝까지 모른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물리적으로 툭! 쳤을 때, 아무 반응도 안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처음에 그 가해자는 반응을 보고 생각한다. 한번 치는거는 받아들이는구나? 그렇게 툭툭 치는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번엔 그 사람이 우연치않게 한번 칠 것을 두번 치게 됐다. 그 때에도 반응이 없으면, 얘는 계속 쳐도 괜찮구나. 생각한다. 그 때부턴 받아주는 사람이 점점 더 난처해지기 시작하고, 다만 성격상 꾹 참고만 있는다. 바로 과거의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꽤 오래 지속하게 되면서, 더 이상은 이런 태도로 살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조적인 마음과 스트레스로 직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무서워지고 삶이 피폐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때 이후로 이제는 쓸데없이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거나, 불쾌하게 만들면 바로 처음부터 표현한다. 이런 표현을 한번 받아주면 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것을 알기에, 상대방에게 적당한 선을 미리 인지시켜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이렇게 하는게 맞는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생각하기엔 이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자기표현을 거침없이 하고 나니, 툭툭 치려는 그런 아픈 요구들이 없어졌고, 온전히 일에만 충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에 대한 책임감으로 내가 맡은 분야에서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면서, 더 좋은 성과가 나오고 인정받기 시작했다.
만약에 그렇게 표현을 했는데도 상대방이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고 부당한 반응이 나오면 과감하게 그 관계 혹은 회사는 미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결국에 그 끝은 좋지 않을테니까. 서로 시간낭비일 뿐이다. 스스로 자책하지 말자.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잘 지내는 것은 좋지만, 도를 넘는 행위는 마땅히 일러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