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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호 Nov 22. 2022

미술품을 보는 즐거움


최근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꽂혀서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700페이지 되는 분량이지만 곰브리치의 인사이트와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정평이 난 미술작품(예를 들면 직접 바티칸에서 입을 벌리면서 감상했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라던지, 루이비통의 디렉터였지만 안타깝게 병으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버질아블로가 좋아하던 카라바조의 자연주의적 작품들)들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지루할 틈이 없는 굉장한 즐거움이다.



사실 프랑스나 이탈리아같은 유럽국가로의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역사적 유물과 미술품들로 가득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시마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고, 그 안에는 돈으로 살 수 없을 역사적인 순간들이 보존되어있다. 밀라노에 있는 최후의 만찬이나 피렌체에 있는 비너스의 탄생은 이미 익히 알려져있다. 하지만 서양미술사를 읽고나서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미술에 대한 책을 읽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상의 폭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주관적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는 식의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작품의 기법과 시대배경을 알고 보면 하나하나가 보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파르테논 신전의 건축양식과 중세시대의 건축양식의 디테일이 어떻게 달라졌고, 왜 그렇게 달라져야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면 프랑스를 가건, 네덜란드를 가건, 이태리를 가건, 길만 걸으면 나오는 역사적인 볼거리로 가득찬 이 국가들을 훨씬 다채롭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파라오, 그리고 그 안에 새겨진 그림들이 의미하는 것.


고대 시대의 미술품들은 대체로 종교적, 미신적인 이유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집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왕이 죽고 나서도 잘 지내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장신구를 무덤에 넣고, 미라를 만든 것이다. 


그리스 로마시대로 넘어가면 사람들이 순수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미화된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건 중세 이후에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부흥하게 된다.


중세 북유럽의 그림들이 초등학생이 그린 것처럼 간결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이유.


중세에서는 예술의 암흑기라고도 표현이 되는데 종교전쟁같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특히 이 시대에선 대체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교화하고 공부시키기 위한 목적만을 온전하게 미술품에 담아놓은 것이다. 물론 당시 미술가들도 그림을 더 예쁘고 화려하게 장식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오로지 스토리에만 중심을 둠으로써 기교는 빼고, 정확히 필요한 부분만 채워 넣음으로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곳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탄생. 


조토와 브루넬로스키를 시작으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로까지 본격적인 이태리의 전설적인 작품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그 포문을 연 조토는 당시 국제양식과 고전 그리스 로마시대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서 예술을 시작했다. 거기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가려질 부분을 고려해가면서 보다 현실적으로 그리는 단축법(이집트 그림, 벽화를 보면 단축법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각도에서는 가려져서 눈에 안보이는 부분까지 펼쳐서 완벽하게 그려내려고 했다.), 원근법까지 다시 사용하게 되면서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플랑드르 작품의 특출난 매력과 그들만의 개성


북유럽 네덜란드의 미술적 특징은 특히 꽃, 보석, 과일같은 물체들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다. 대표적으로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부부의 초상이 있다. 뿐만아니라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오묘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루벤스의 인물묘사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그림안에서 전해주기 때문에 볼 때 마다 참 신비롭기 그지없다.


시대가 이렇게 변화하면서 북유럽과 알프스 이남 지역의 예술특징이 구분되고, 융합됐다가, 또 그 안에서도 독자적인 기법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던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물론 미술품, 건축양식의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는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히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잘 엮어서 설명하고 있어 좀 더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매우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림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바로 느낄 수 있다. 사람/사물을 어떻게 미화했는지? 혹은 단순화했는지? 원근법과 단축법을 사용했는지?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감들의 텍스쳐는 어떤지? 인물의 얼굴에 그려진 표정은 어떤지? 등등. 뿐만 아니라 건축물을 보더라도 기둥의 모양새는 어떤지? 내부 설계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 건축 내외 디자인을 관찰하면서 어느시대의 모습과 유사한지를 생각하게끔 만들어주는 책이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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