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년만에 한국으로...

by 재호
IMG_0368.jpeg 날씨 좋은 날에 한강뷰 카페에서..


약 2주넘게 글을 쓸 수 없었다. 가득 찬 이민가방 5개 짐을 풀고, 정리하고,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친구들을 만나고,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13시간의 시차도 이제 슬슬 다 적응해서 오후 9시면 잠이 든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거의 오후 4시부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아직 한국에 있은 지 2주일 좀 넘었는데, 한국인은 확실히 한국에 살아야하나보다. 특히 음식때문에 그렇다. 김치가 있어야하고, 국밥 한 그릇이나 족발/보쌈을 쉽고 빠르게 배달시킬 수 있어야한다. 한국 음식은 종류도 다양하지만 하나를 만들어도 그 안에 재료가 정말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게 된다. 또, 시간만 맞으면 친구들을 불러서 술 한 잔 할 수도 있고. 정말 미국살면서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너무 크게 느꼈기에 이런 것들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부분이다.


IMG_0374.jpeg 아침에 한강에서 조깅하기 정말 좋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외출을 하면 한국 사람밖에 없다는 것. 개인적으로 미국 살면서 제일 불편했던 것 중 하나가 미국인들의 시선이었다. 물론 친절하게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쓸데없는 비아냥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좋든 싫든 이방인으로 있다는 그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고국에서는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한강 조깅을 갈 때에도 이런 걱정이 없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물론 예전에는 살면서 보이지 않던 단점이 보이는 것도 있다. 아마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외국인이 봤을 때 제일 불편할 것 같은 부분은 바로 거리감의 상실(?)일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너무 가까이 붙어있는 상황이나 지하철을 탈 때 몸을 부딪쳐도 그냥 지나친다던지, 길을 가는데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내 앞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 등.. 미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사과를 해도 욕 먹을 각오를 해야한다. 여기가 미국은 아니니까 적당히 넘어가도 나는 상관없지만 외국인들의 시선에서는 꽤나 당황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는 것. 사실 미국에선 식료품이나 생필품에 대한 물가를 보면 그렇게 인플레이션됬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런데 5년만에 한국 마트에서 장을 보면 나는 분명 한 2~3만원어치 샀다고 생각했는데, 못해도 기본 4~5만원은 나온다. 물가상승을 아주 생생히 체감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자주 마시던 바리스타 커피가 1400원이었는데 지금은 2500원이다. 알새우칩이 분명 가격은 더 오른 것 같은데 양이 거의 반으로 줄어있다.... 소식이 건강에 좋다고하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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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공교롭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읽고 있는데, 앞부분에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가난의 설움을 읽으면서 상상하고 있자니, 현재 사회구조에서 재력이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끔찍이 느낄 수 있었다. 총알을 많이 확보해놓으면 불상사가 느닷없이 닥쳤을 때,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주변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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