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넘게 글을 쓸 수 없었다. 가득 찬 이민가방 5개 짐을 풀고, 정리하고,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친구들을 만나고,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13시간의 시차도 이제 슬슬 다 적응해서 오후 9시면 잠이 든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거의 오후 4시부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아직 한국에 있은 지 2주일 좀 넘었는데, 한국인은 확실히 한국에 살아야하나보다. 특히 음식때문에 그렇다. 김치가 있어야하고, 국밥 한 그릇이나 족발/보쌈을 쉽고 빠르게 배달시킬 수 있어야한다. 한국 음식은 종류도 다양하지만 하나를 만들어도 그 안에 재료가 정말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게 된다. 또, 시간만 맞으면 친구들을 불러서 술 한 잔 할 수도 있고. 정말 미국살면서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너무 크게 느꼈기에 이런 것들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부분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외출을 하면 한국 사람밖에 없다는 것. 개인적으로 미국 살면서 제일 불편했던 것 중 하나가 미국인들의 시선이었다. 물론 친절하게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쓸데없는 비아냥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좋든 싫든 이방인으로 있다는 그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고국에서는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한강 조깅을 갈 때에도 이런 걱정이 없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물론 예전에는 살면서 보이지 않던 단점이 보이는 것도 있다. 아마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외국인이 봤을 때 제일 불편할 것 같은 부분은 바로 거리감의 상실(?)일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너무 가까이 붙어있는 상황이나 지하철을 탈 때 몸을 부딪쳐도 그냥 지나친다던지, 길을 가는데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내 앞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 등.. 미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사과를 해도 욕 먹을 각오를 해야한다. 여기가 미국은 아니니까 적당히 넘어가도 나는 상관없지만 외국인들의 시선에서는 꽤나 당황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는 것. 사실 미국에선 식료품이나 생필품에 대한 물가를 보면 그렇게 인플레이션됬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런데 5년만에 한국 마트에서 장을 보면 나는 분명 한 2~3만원어치 샀다고 생각했는데, 못해도 기본 4~5만원은 나온다. 물가상승을 아주 생생히 체감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자주 마시던 바리스타 커피가 1400원이었는데 지금은 2500원이다. 알새우칩이 분명 가격은 더 오른 것 같은데 양이 거의 반으로 줄어있다.... 소식이 건강에 좋다고하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마침 공교롭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읽고 있는데, 앞부분에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가난의 설움을 읽으면서 상상하고 있자니, 현재 사회구조에서 재력이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끔찍이 느낄 수 있었다. 총알을 많이 확보해놓으면 불상사가 느닷없이 닥쳤을 때,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주변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