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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호 Jun 06. 2022

미국 뉴욕 '패션' 쇼핑 가이드

옷과 신발에 수천만 원 쓰고 난 경험을 가지고 글로 정리해보았다.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한 컷...
뉴욕 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쇼핑이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물량이 많은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와인, 향수, 신발, 옷, 액세서리, 시계 등 온갖 브랜드 밸류가 높은 아이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뉴욕에서만큼은 마음껏 쇼핑하기를 권한다. 

쇼핑은 세 곳만 기억하자. SOHO, Madison Avenue, and 5th Avenue.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뉴욕에서는 맨해튼에 있는 세 가지 장소만 기억하면 된다. 소호는 이미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장소인데, 지역의 범위가 넓은만큼 유명한 브랜드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별로 가게를 일일이 따로따로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만 선택적으로 구경할 게 아니라면, 생각보다 꽤 오래 걸어야 해서 다리가 많이 아플 수 있다. 그리고 5번가. 센트럴파크 아래에서 시작되는 5번가를 따라 쭉 내려오면 뉴욕 쇼핑을 실감 나게 만드는 온갖 브랜드의 대형 매장들과 화려한 백화점을 볼 수가 있다. 5번가의 Saks Fifth Avenue,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같은 부티크 편집샵, 고급 백화점(우리나라로 치면 압구정 갤러리아)을 방문하면 엄청난 규모의 브랜드 신상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어서 훨씬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 메디슨 가도 5번가에서 바로 한 블록 떨어져 있는데, 이 거리는 반대로 센트럴파크 위쪽으로 쭉 따라 올라가야 샤넬, 에르메스 같은 대형 부티크 매장을 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쇼핑을 워낙 좋아했어서 아예 5번가와 메디슨가를 맨해튼 중간부터 끝까지 전부 걸어서 한 바퀴 돌아봤다.


소호거리에서 본 디올 매장. 디올의 폰트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잘 살아있는 느낌이다..



쇼핑 전 간단한 주의사항


미국 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당연히 뉴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민자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뉴욕시티에서 거주하거나, 자주 가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멕시칸, 인디언, 차이니즈, 유러피언, 아프리칸 등 모든 인종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전 인류의 멜팅팟(Melting pot, 용광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용광로라는 단어에 사실 동의하지는 않는다. 서로 뒤섞여서 융화가 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 추세가 날이 갈수록 서로 대립하고 증오하는 일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나 또한 H&M에서 옷쇼핑 중에 시비를 당한 적이 있었다. 참고로 그런 싸움에 휘말리면 굉장히 골치 아픈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화가 나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상책이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비상식적이고, 앞뒤 논리가 없어서 말로 안 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일이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은 또박또박 대답하면서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는 책임져주지 않는다. 법적인 문제로 넘어가게 되면 그 모든 시간과 비용은 철저히 본인 몫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뉴스에 잘 안 나올 뿐이지, 실제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최대한 상황을 진정시키고,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옷에 수천만 원 쓰고 추천하는 뉴욕의 편집샵


바니스 매장 앞에서/생로랑 셔츠 구매 기념.


나름대로 한때 쇼퍼홀릭이었던 사람으로서 추천하자면, 뉴욕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부티크 편집샵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들인데, 하나는 버그도프 굿맨이고, 다른 하나는 바니스 뉴욕이다. 그 이유는 그들의 셀렉션은 상당히 세련되고, 일반 사람들도 소화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들을 많이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백화점 자체의 규모는 크고 좋은데, 에딧이 형편없어서 살만한 물건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바니스는 현재 파산해서 더 이상 단독매장으로는 볼 수 없다. 지금은 바니스의 셀렉션이 Saks Fifth Avenue 기업으로 매각되서, Barney's At Saks 라는 명목으로 따로 분류해서 운용되고 있다. 바니스는 해마다 핫한 브랜드들의 아이템들을 집중적으로 입고시키는 경향이 있다. 쇼핑욕구를 샘솟게 하는 그런 유능한 에디터가 있기 때문에 한번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한편, 지금도 건실한 버그도프 굿맨은 크롬하츠나 고야드 등 클래식 럭셔리부터 발렌시아가, 셀린같은 최신 Hype브랜드까지 전부 보유한 대형 럭셔리 백화점이다. 인기 제품의 물량도 많이 있어서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고야드 카드지갑을 인기컬러로 구매했었다. 참고로 원하는 물건의 물량이 재고소진 때문에 없더라도, 예약을 걸어놓고 기다리면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릭오웬스와 톰브라운 뉴욕 플래그쉽 스토어 방문기

지금도 좋아하는 디자이너 릭 오웬스의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릭 오웬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직원들은 패션쇼장의 모델 같았다. 디자이너의 어두운 옷과 신발로 풀착장을 하고 있고, 머리스타일도 산다라 박 야자수 머리 뺨칠 정도로 독특한 직원도 있었다. 분위기에 압도돼서 사진을 못 찍은 게 좀 아쉽다. 뉴욕매장은 보통 디자이너가 스케줄에 맞춰서 방문하기 때문에, 매장 직원이나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디자이너의 대략적인 일정표를 귀띔해준다. 하지만 나는 뉴욕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는 경우가 없었고, 대부분 1~2주 후에 디자이너가 방문한다고 해서 직접 볼 수는 없었다. 


톰브라운 디렉터 명함을 받은 기념으로../스토어 디렉터 사만다


당시 톰브라운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했어서 직접 뉴욕 매장까지 찾아갔었다. 큐레이팅 서비스를 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놀랍게도 이 스토어의 매니저는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1년에 한 번은 꼭 한국을 방문해 부모님을 만난다고 한다. 이 매니저는 리쿠르팅(Recruiting), 그러니까 채용담당까지 맡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톰브라운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준다고 했다. 아마 내가 당시 톰브라운을 좋아했던 게 그 사람 눈에 많이 들었나 보다. 어쨌든 당시 미국에서는 학생 신분이라서 일을 못한다고 하니까, 한국 톰브라운에 직접 연락해서 자리가 있는지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너무 감사한데, 갑자기 그렇게 오퍼가 들어오니 어안이 벙벙해져서 땡큐라는 말 말고는 뭐라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 후로 이메일을 몇 번 주고받았다. 당시 한국의 톰브라운 자리가 꽉 차서 아쉽게도 일을 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도 이 분의 연락처를 알고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한 일이다. 이 매니저는 2021년 12월 말까지 근무를 끝내고, 다른 회사의 더 높은 직책으로 이직을 하였다. 



뉴욕의 메이시스(Macy's)를 가봐야 하는 이유

뉴욕의 메이시스 백화점. 보이는 것처럼 거리 하나를 꽉 채울정도로 면적이 넓다.

메이시스는 노드스트롬(Nordstrom), 니먼 마커스(Neiman Marcus)처럼 미국을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이다. 사실 굉장히 평범한 그냥 백화점이지만, 메이시스가 역사적으로 맨 처음 설립된 곳이 뉴욕이기 때문에, 미국의 여느 다른 지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굉장히 크고 화려하다. 그리고 입점되어있는 브랜드나 아이템들의 종류도 미국 백화점치고는 매우 다양한 편이다. 세일도 많이 하니까 구경삼아서라도 한번 가 볼 것을 추천한다. 


전 세계 한정판 신발이 전부 몰리는 곳, 플라이트 클럽

스니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성지인 플라이트 클럽. 더 이상 볼 수 없는 한정판 신발까지 다 볼 수 있다.

플라이트 클럽은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세상의 모든 한정판 신발들은 여기서 대부분 다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Hype이라고 평가받는 신발들이라면, 다 전시가 되어있다고 보면 된다. 가격이 백만 원 단위로 비싸서, 보통 사러 가기보다는 구경하러 많이들 방문한다. 가서 직접 실물을 보고 사이즈도 많아서 신어볼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 신어보고 싶은 스니커가 있다면 와서 신어보면 된다.


“Ayy, look at 'em!”


가서 주목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트렌디한 신발은 안 신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당시 이지 부스트 터틀도브는 칸예의 첫 이지부스트 메인 컬러이자, 전 세계 5천 족 한정판이라 꽤 귀하고 핫했는데, 그걸 신고 들어가자마자 정말 일제히 내 신발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뉴욕은 그래도 쳐다보기만 하지, 별다른 말을 걸진 않는데, LA에 가니까 특유의 과한 리액션으로 인해 진땀을 뺀 기억이 있다. 마이애미에서는 한 포토그래퍼가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반대로 주목받고 싶다면 스캇이나 디올 조던 같은 신발을 신고 가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몰려 올 수도 있다. 


당시 이지부스트 터틀도브 신고 한창 돌아다녔을 때, 플라이트 클럽에서 Moonrock 컬러와 비교샷.




미국 전역에서 가장 화려한 뉴욕의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당시 슈프림 루이뷔통 콜라보 한창 핫했을 때.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도 소호거리 시작하는 거리에 위치해있는데, 처음엔 매장을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미국 대도시 대부분에 어반 아웃피터스 지점이 있어서 자주 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느낀 게 약간 평범한 스트릿 캐주얼 감성을 잘 담은 편집샵이라고 생각했고, 별 다른 특별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뉴욕지점 와보고 그 선입견이 완전히 박살 났다. 미국 전역에서 뉴욕점이 가장 화려하고, 의외로 한정판 옷이나 신발 셀렉션을 잘 갖춘 곳이고, 그 스케일은 다른 지점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아예 넘사벽이다. 이것도 메이시스처럼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뉴욕에 오면 꼭 한번 둘러보길 추천한다.

조던류도 컬러별로 많이 있고, 마스야드와 오프화이트 콜라보도 있었다.




타임스퀘어는 쇼핑몰이 많지만, 사실 속 빈 강정이다.

첫 타임스퀘어 여행 기념사진.


타임스퀘어는 센트럴파크처럼 뉴욕의 상징과도 같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한국의 아침 출근 지옥철을 타는 느낌과 비슷하다. 발 디딜 틈 없이 정말 사람이 많다. 이 때문인지 타임스퀘어도 굉장히 큰 쇼핑몰들이 많이 보이지만, 거의 대부분 매장을 다 둘러본 결과, 그렇게 영양가 있는 곳은 없었다. 평범한 백화점, 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어서, 굳이 타임스퀘어에서 쇼핑하는 건 시간 낭비라 추천하지 않는다. 차라리 M&M샵이나, 뉴욕 기념품샵 같은 곳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근처에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뮤지컬 시카고 관람 갔을 때..



또 주의사항을 하나 넣자면, 중간에 이벤트성 캐릭터 (예를 들면 스파이더맨이나 트럼프, 자유의 여신상 등) 들이 접근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사전에 돈을 내야 한다는 공지 없이 무료인 척 아무나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고, 찍고 나면 팁을 달라고 구걸한다. 만약에 사진까지 찍었더라도, 물론 돈을 주고라도 찍고 싶었다고 하면 문제가 없지만, 모르고 이런 일을 당했다면, 무시하고 그냥 가면 된다.


센트럴파크는 내 기준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아름다운 공원인 듯. (개인적으로 가장 최고는 영국 런던의 리젠트파크였다.)

다음편 예고.. 미국에서는 일반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고급 와인들을 상대적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 와인업자의 말을 빌리면,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시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온라인 오더를 통해서 구매해서 잘 몰랐던 사실인데, 뉴욕에는 몇몇 현역 업자들이 자주 찾는 보물 같은 매장이 있다. 다음 편에는 와인에 대해서 좀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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