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하루 14시간 게임중독에서 간신히 탈출했다.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주의사항을 말하고 싶다. 본인이 무언가에 심각하게 중독되어있다면, 그 중독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아니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그만큼 중독이란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시 내 나이는 13살이었다. 이미 피시방에 물든 지는 오래고,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같은 게임을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리니지라는 게임을 접한다. 이 게임은 악마의 게임이다. 흠. 게임이 아니다. 이건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갈아 넣는 또 하나의 세계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게임을 묘사하는지,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게임에 제대로 중독된 사람은, 죽거나, 죽였다. 실제 이야기다. 실제로 피시방에서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 죽은 사람도 있고, 아이템 때문에 주먹질을 하는 경우도 많아 뉴스에 오를 만큼 이슈가 컸고, 실제로 러시아에서 리니지 게임을 하다가 서로 시비가 붙어서 그 캐릭터를 죽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직접 가서 주먹으로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다. 하여튼 굉장히 말이 많은 그런 게임이 바로 리니지였다.
나도 어린 나이에 리니지에서 정말 미친 듯이 게임했던 유저였다. 나는 하루에 14시간 정도씩 했었을 정도로 엄청난 중독자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당시 40대~50대 아저씨들이 게임방에서 날밤을 새며 캐릭터를 키웠다. 왜냐. 48레벨인가 그때부터는 1레벨업을 하려면 꼬박 하루도 안 쉬고 일주일 밤을 새워야 했다. 그래서 49레벨이 되면? 그땐 더 오래 걸린다. 50은? 51은? 52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을 요구한다. 52부터는 게이머들이 숨을 돌린다. 52때부터는 명예의 훈장처럼 아무나 할 수 없는 멋있는 캐릭터로 변신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52레벨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한 달 그 이상 밤을 계속 게임방에서 먹고 자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만 하고 살다 보면 실제 현실세계보다 가상세계를 더 동경하게 된다. 나보다 높은 레벨의 사람을 '존경'하고 찬양한다. 그렇게 점점 위험하게 빠져들어 가다 보면 어느새 몇 날 며칠이 아니라, 몇 '년'이 흘러가는 것이다. 나 또한 게임중독으로 판타지 세계 속에 살았었고, 그걸 빠져나오려고 노력했지만 몇 번이나 실패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게임들이 많았다.
1. 삭제.
2. 컴퓨터와(아니면 그 중독된 무언가와) 최대한 멀리 거리두기.
3. 비어있는 시간에는 무조건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기.
4. 1~3단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독서를 습관화하기.
게임을 삭제하지 못하면 영원히 그 굴레에서 벗어 나올 수 없다. 컴퓨터 근처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게임을 다시 켜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일부 사람들은 컴퓨터를 부수거나 완전히 계정을 삭제하는데, 사실 그건 마음만 아프지 그렇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닌 듯하다. 최대한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을 없애기 위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게임에 오래 중독된 사람일수록 그 빈 시간이 실제로 굉장히 길다. 최소 10시간 이상은 매일 하던 사람들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밖에 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운 좋게도 마침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할 시간이 줄어들고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건, 여행을 다니건, 산책을 가라. 할 일을 만들고,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라. 무조건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중독된 것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최종단계에는 독서를 한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뇌를 다시 재구성시켜야 하는 목적도 있고, 생각을 전환시켜야 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만큼 생각을 크게 바꿔주는 도구는 없다. 생각을 바꾸는 건 인생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생의 포커스를 유익한 방향으로 옮겨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중독자에게 이 방법을 실천하기란 정말 어렵다. 나도 몇 번이나 실패했고, 17살 때쯤에 끝내 성공했다. 게임을 13살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약 4~5년을 게임과 보낸 것이다. 가볍게 중독된 사람들은 금방 적응하고 탈출하겠지만, 매일 꾸준히 게임을 오랫동안 붙잡은 사람들은 빠져나오는 데 아마 못해도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다. 한 100일 정도까지만 참아도, 다시 하고 싶은 욕구는 현저히 줄어든다. 그리고 이건 니코틴 중독과 비슷하다. 완전히 끊어내기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작은 욕구에 스스로 자제하며 살아갈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느정도 절제력이 생기고, 나만의 생산적인 취미가 생기면, 그 때부터는 정말 새 삶을 사는 기분으로 살 수 있다. 부디 무언가에 중독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